3일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 6층 간호사실. 간호사 3명이 벽면 모니터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병동 환자 10명의 심박수와 호흡수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갑자기 한 환자 모니터에서 심박수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낙상 경보’가 떴다. 간호사는 즉시 해당 병상으로 달려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한 환자를 다시 눕혔다.
청구성심병원은 지난 2월 일반병실 196개 병상 전부에 AI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도입했다. 환자 가슴에 부착한 웨어러블로 심박수·호흡수 등 생체 신호를 원격으로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특히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운영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116개 병상)에서 환자 상태 확인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다.
이규민 청구성심병원 간호본부장은 “이전에는 간호사가 수시로 병실을 돌며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했는데,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응 속도가 빨라졌고, 업무 부담도 줄었다”며 “혈압·체온 등 더 다양한 신호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 2029년 시장 규모 7조7000억원, 이용자 40억명 전망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지만, 디지털 헬스 제품은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고,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속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는 평가가 많다. 삼정KPMG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규모는 2025년 1877억 달러(약 278조원)에서 2029년에는 2467억 달러(36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이용자도 2025년 33억명에서 2029년 40억명으로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국내 시장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조사(2024년 기준)에서 매출 7조7409억원, 종사자 5만3088명으로 집계됐다.
◇ 전담 조직 신설, 대표 제품 ‘고도화’
제약사 중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으로는 대웅제약이 거론된다. 대웅제약은 2024년 디지털헬스케어 전담 마케팅 사업부를 신설해 병원용 병상 모니터링 ‘씽크’를 고도화한 통합 플랫폼 ‘올뉴씽크’를 내세운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씽크 공급을 10만 병상 이상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 연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 ‘리브레’, 안과 AI 솔루션 ‘위스키’, ‘옵티나’, 진료기록 자동화 솔루션 ‘젠노트’ 등 다양한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디지털 헬스케어실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헬스케어 종합솔루션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HiCardi)’, AI 망막 진단 솔루션 ‘닥터눈 CVD’, ‘닥터눈 Fundus’ 등이 대표 제품이다.
한독은 만성질환 영역에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Fit’을 내세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에 50억원을 투자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