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치료제가 향후 중독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병원(VA) 지야드 알알리 연구팀은 GLP-1 계열 약물이 알코올과 마약 등 물질 사용 문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5일(현지 시각) 영국 의학 학술지 BMJ에 발표했다. GLP-1 약물은 식후 분비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포만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에 쓰이는 약으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 약물이 뇌의 보상 경로에 작용해 욕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음식 섭취 욕구뿐 아니라 알코올, 담배, 마약 등에 대한 중독성 욕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미국 참전 용사 60만여 명의 의료 기록을 최대 3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GLP-1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코올 중독 위험이 18% 낮았고 흡연 위험은 20%, 대마 사용 14%, 코카인 사용 20%,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용 위험은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약물 사용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GLP-1 약물을 복용한 경우 과다 복용 위험은 39%, 응급실 방문 위험은 31%, 사망 위험은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부 환자는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이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줄었다”거나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비만 치료제가 중독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약리학자 W. 카일 시먼스는 “약물 사용과 관련된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한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고 고무적”이라고 했다.
다만 GLP-1 약물이 중독을 줄이는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가 실제 중독 치료제로 사용되려면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 중독 환자가 전문가 상담 없이 GLP-1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알코올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이며 일부 결과는 올해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