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미국 유타주에서 7대에 걸쳐 딸보다 아들을 두 배 이상 많이 낳은 가문이 발견됐다. 이 가문에선 7세대 동안 아들 60명, 딸 29명을 출산했다. 이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특정 성별을 더 많이 낳게 하는 유전적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타대 진화유전학자 니틴 파드니스 교수팀은 18세기 후반부터 축적된 유타 인구 데이터베이스에서 2만6000개 이상 부계 혈통을 분석한 결과, 이 가문을 찾아냈다고 최근 논문 사전공유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인간에게 남자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는 ‘이기적 유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생물학적 성별은 아버지가 전달하는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난자는 항상 X염색체를, 정자는 X염색체 또는 Y염색체 중 하나를 가진다. 수정 시 Y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결합하면 XY가 돼 남아가 태어나고, X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결합하면 XX가 돼 여아가 태어난다.

연구팀은 Y염색체에 남아 출생을 편향시키는 이른바 ‘이기적 유전자’가 존재해 일반적인 성비인 5대5를 왜곡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쥐와 초파리 등에서는 이미 유사한 유전적 현상이 확인된 바 있다. 인간은 세대 주기가 길고 출산율이 낮아 이를 검증하기 어려웠지만, 수세기에 걸친 유타 데이터 덕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사례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찾아보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여아 출생이 누락됐거나, 체외 수정과 같은 인위적 성별 선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쟁·사회적 환경·문화적 관행 등 다른 요인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한 가문 내 여성 구성원의 출산 성비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위해 ‘정자 경주 트랙’이라 불리는 실험 장치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염색체 정자보다 더 빠르거나 생존력이 높은지 등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할 계획이다. 실제로 성비를 왜곡하는 유전자가 확인될 경우, 생식 유전학과 진화 이론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