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최초 유출지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우한연구소 /EPA통신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퍼졌다는 의혹은 사실일까.

3년 6개월간 코로나19의 유래를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진 23명이 조사 결과를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기고했다. 이들은 WHO가 2021년 11월 코로나 원인 바이러스(SARS-CoV-2)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27국 출신 전문가 27명으로 구성한 ‘신종 병원체 기원 과학자문그룹(SAGO)’ 위원들이다.

SAGO는 2020~2021년 중국 우한을 방문한 국제 조사팀 자료와 초기 환자 보고, 임상 연구, 동물·유전체 분석 등을 종합 검토해 지난해 6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동남아시아 박쥐에서 SARS-CoV-2와 유전체가 96% 이상 일치하는 조상 바이러스가 다수 발견됐다. 이는 박쥐에서 중간 숙주를 거치거나 인간에게 직접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우한 화난수산시장과 초기 환자 사이 역학적 연관성이 뚜렷했다. 시장에서 거래된 너구리개, 대나무쥐, 사향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연구진은 “화난시장에서 최초 감염이 발생했는지, 외부에서 발생해 시장으로 유입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해외 수입 냉동제품을 통해 중국 시장에 유입됐다는 2024년 중국 발표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냉동 제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미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이후였고, 그 밖에 충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은 충분히 검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WHO와 SAGO는 중국 정부에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의 건강 기록, 생물안전·보안 규정, 독립 감사 자료 등을 반복 요청했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가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역유전학 조작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자연적 돌연변이가 아니라 의도적 조작일 개연성이 높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한 연구소가 박쥐에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접종했다는 의혹도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SAGO 연구진은 더 구체적인 검증을 위해선 화난 시장에 동물을 공급한 유통 경로, 불법 거래 가능성, 관련 연구실에 대한 국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20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대 16조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팬데믹의 기원 규명은 정치가 아닌 엄밀한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입장은 기고에 참여한 연구진 23명의 견해로, WHO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위원은 실험실 유출 가설 평가 방식에 이견을 제기하며 기고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