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업계의 오랜 숙원인 소형 원전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됐다.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형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지난 2년간 표류했던 SMR 특별법이 뒤늦게나마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미국·중국·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AI 시대에 SMR을 신속하게 개발·배치하는 것을 지원하는 법률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 제정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대형 원전 강국인 한국이 SMR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원전 업계는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국내에서 소형 원전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2년 만에 통과된 SMR 특별법
SMR은 대형 원전의 핵심 장치를 하나로 합쳐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을 일컫는다. 건설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사고 발생 확률도 10억년에 한 번꼴로 낮고, 사고 피해도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SMR은 AI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서 24시간 고정적 고밀도 전력을 생산해 제공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SMR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뛰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 18국이 8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SMR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SMR 관련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SMR 배치에 약 9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 SMR 기업인 테라파워는 2030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차세대 SMR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육상 SMR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에선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SK 등 대형 원전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SMR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그동안 정책적 뒷받침이 없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원전 업계는 이번 SMR법 통과로 국내에서도 관련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MR법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SMR 연구·개발 추진 전략, 재원 조달,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이 포함된다. 또 원자력진흥위원회에 SMR 개발 촉진위원회를 설치, 이를 통해 SMR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다. ‘SMR 특구’를 마련, 대학·연구소·기관이 협력해 관련 기술을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3대 국산 SMR 노형 핵심 기술 설계’에 203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MR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SMR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기존 대형 원전에 맞춰진 인허가 규제 체계가 SMR 특성에 맞게 손질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기존 대형 원전 건설 규제에 맞추다 보면 SMR 건설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면서 “SMR의 안전성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 과도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