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던 애주가 우스갯소리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정부가 새로운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담당자인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술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개정된 건강 지침에는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시라”는 내용은 있지만, “여성 하루 1잔, 남성 2잔”이라고 명시했던 상한선 규정은 삭제됐다. 상한선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오즈 박사는 “술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사회적 윤활유”라고 했다. 다만 “물론 건강을 위해선 술을 안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피츠버그대 심리학과 마이클 세이엇 교수는 과거 사회적 음주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술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21~28세 성인 720명을 알코올이 포함된 칵테일을 마신 집단, 논알코올 음료를 마신 집단, 크랜베리 주스를 마신 집단으로 나누고, 12분마다 음료 3분의 1씩을 마시게 했다.
3개 집단을 비교한 결과, 칵테일을 마신 집단이 말이 더 많았고, 더 오래 웃고, 유대감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음주한 집단이 대화가 활발했고, 어색한 침묵이 줄었으며, 사회적 유대감과 긍정 감정이 더 높게 나타났다.
카네기멜런대 심리학과 케이시 크레스웰 교수는 대부분 음주 연구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3년까지 발표된 음주 관련 연구 1000여 건 가운데 90% 이상이 혼자 술을 마시는 상황만 분석했는데, 실제로 대부분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음주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연구들이 ‘사회적 강화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음주가 긍정적 효과만 있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조지메이슨대 토드 캐시던 교수는 “(술이 사회적 윤활유라는 발언은) 술이 마치 사회적 문제와 외로움의 해법인 것처럼 들렸다”며 “하지만 술에 의존하면 더 많은 음주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해당 발언을 한 오즈 박사도 “술이 건강에 기여한다는 근거는 없으며, 유일한 효용은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