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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와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대형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사업 지원을 늘리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나눔의 폭을 넓혔다. 문화·예술·체육 활동 지원과 재해 현장 등 봉사 활동도 확대했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사회 공헌 실적은 1조8934억원으로 2023년(1조6349억원) 대비 15.8%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후 2021년(1조617억원)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은행권 사회 공헌 실적이 주춤했다. 이후 2022년(1조2380억원), 2023년(1조6349억원) 등 최근 3년간 사회 공헌 실적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분야별로 지난해 지역사회·공익 부문에 1조1694억원이 배정됐고, 서민 금융(5479억원), 메세나(754억원), 학술·교육(744억원) 등 순이었다. 이와 별도로 은행권은 지난해 새희망홀씨·햇살론뱅크 등 서민금융 상품을 통해 총 52만7155명에게 5조7863억원을 공급하기도 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권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 집중 지원

금융사들은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대출 이자와 수수료 지원 등에 더해, 금융권이 쌓은 경영 관련 노하우를 컨설팅의 형태로 공유해 영세 자영업자가 사업에 안착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KB금융그룹은 ‘KB 소상공인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보증료·대출 이자 등을 현금 지원하고 각종 금융·매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 전국 16곳 ‘KB 소상공인 컨설팅 센터’를 통해 2016년부터 최근까지 소상공인 5만9000여 명에게 무료 경영 컨설팅을 제공했다. ‘KB 희망 금융 센터’에서는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신용 회복 등 서민 금융 지원 제도를 상담해 주고 있다.

금융권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도 늘렸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추석에 100억원어치 온누리상품권을 독거노인과 결식 아동 등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취약 계층의 생필품 구매 등을 보조하는 동시에, 이들의 소비를 통해 전통 시장 등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신한금융 임직원 2000여 명은 올해 추석에도 남대문시장·광장시장·영등포시장 등을 찾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한 물품을 취약 계층에게 기부했다.

◇장애인 후원, 재해 지역 봉사

장애인에 대한 꾸준한 지원도 금융권 사회 공헌 활동에서 두드러진다.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도쿄·베이징·파리 패럴림픽 등 국가 대표 선수단을 지원하고 훈련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스키 등 비인기 장애인 동계 종목도 후원 중이다. 또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를 4년째 개최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장애인의 자립과 기부 문화 확산을 결합한 ‘굿 윌 스토어’를 2033년까지 100곳 건립한다는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지원으로 설립한 점포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우리금융 지점 등을 통해 기부받은 물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사회 공헌 모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기부 참여형 사회 공헌 콘서트 ‘우리 모모콘’을 3회째 열었다.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폭염과 수해, 산불 등 재해가 잇따랐다. 농업인을 위해 설립된 NH농협금융은 올봄 경북·경남·울산 등지의 산불 피해 지역과 충청 등 장마철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찾아 대대적인 복구 및 금융 지원 활동을 펼쳤다. 농협금융 임직원들의 지난해 농촌 지역 일손 돕기 등 봉사 활동은 총 16만시간에 달했다.

내수 침체와 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IBK기업은행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20년간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1000억원을 후원해 오고 있다. 희소·중증 질환을 앓는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 4400명이 치료비를 지원받았고,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1만4000명은 장학금을 받았다.

◇생산적·포용 금융으로 위기 극복

최근 금융 그룹들을 중심으로 ‘생산적·포용 금융’ 공급 계획 발표가 잇따랐다.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소외 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은행 등의 수익 일부가 기업 대출 등 생산적 부문으로 재투자되고 취약 계층 지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 9일 각각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하나금융(100조원), 우리금융(80조원), NH농협금융(108조원)도 생산적·포용 금융 로드맵을 밝혔다. 5대 금융 그룹이 2030년까지 도합 508조원의 생산적·포용 금융 공급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 그룹들의 생산적 금융은 정부가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참여와 자체 투자, 기업 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KB금융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5극 3특 전략’에 부합하는 지역 성장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의 5대 초광역권을, 3특은 제주·강원·전북특별자치도를 말한다. 지역마다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데이터·AI(인공지능) 센터, 물류·항만 등 맞춤형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신한금융도 반도체·에너지·지역 인프라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기반과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한다.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의 교통·용수 인프라 등 첨단 산업 기반 시설에 대한 5조원 규모 금융 주선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5조원 규모의 CTX(대전·세종·충북 광역 철도) 사업 등이 포함됐다.

하나금융은 AI·바이오 등 국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성장 산업 대출’ ‘산업 단지 성장 드림 대출’ 등 특판 상품을 신설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 성장 기업 지원을 위해 신·기보 출연을 확대해 총 50조원 규모의 대출도 병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첨단 전략 산업 분야 기업에 18조원, 지방 우수 기술 기업에 16조원, 혁신 벤처기업에 11조원, 국가 주력 산업 수출 기업에 7조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모험 자본과 농업·농식품 기업 투자 확대 등에 15조원을, 기업 성장 지원 대출 확대와 관세 피해 기업 금융 지원 등에 68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 그룹들은 포용 금융에도 자금 지원을 확대한다. 저소득층과 청년 등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중금리 대출과 신용 대출 갈아타기 등을 확대한다. 금융권의 출연을 통해 취약 계층의 채무 조정과 신용 회복 지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