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 외에도 펀드 판매 등 수수료 영업을 집중적으로 확대한 결과 지난 3분기에도 높은 수익을 거뒀다. 4대 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기업 투자 확대 등 생산적 금융을 압박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4대 금융, 3분기도 최대 실적
지난 1~3분기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5조121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3941억원) 대비 16.6% 늘었다고 30일 발표했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고, 주식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 수입 등 수수료 이익이 3.5% 증가했다. 나상록 KB금융 재무 담당 상무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그룹 수익 구조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실적 배경을 설명했다.
금리 하락과 환율 상승 등 금융권에 악재가 겹쳤지만 금융사들은 3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 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이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부동산 가격 통제를 위해 대출을 억제하는 과정에 대출 금리가 비교적 높게 유지된 영향으로 이자 이익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증시 활황 속에 금융사들이 펀드 수수료 수입 등 이자 이익 외에 다른 수입을 낼 부문으로 영업을 적극 확대했다. 금융사들이 ‘이자 놀이’에 매달리고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도 수입원 다각화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28일 실적 발표를 통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4조4609억원을 기록했다며 “기업 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과 수수료 이익 증가, 효율적 비용 관리 노력으로 안정적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베트남·일본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부문 수익이 특히 많이 늘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3분기까지 사상 최대인 3조43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하나은행의 가계 대출은 전 분기 대비 1.7% 늘어 증가 폭이 크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기업 대출을 3.3% 늘리며 수익 기반을 넓혔다. 올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편입한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2조7964억원의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룹사 간 시너지 확대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만 10·15 대책 등으로 정부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4분기에는 금융 지주들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민 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권의 출연 요구 등 정부의 정책 기조도 금융사들로선 부담이다.
◇주주 환원율 50% 시대 오나
금융권은 주주 이익을 위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정책도 이어가고 있다. 30일 KB금융 이사회는 총 3357억원의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3분기 주당 배당금을 93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원(17%) 늘린 결과다. 하나금융도 주당 920원의 3분기 현금 배당과 함께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비과세 배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과세 배당은 자본준비금 등을 재원으로 삼아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하는 주주 친화 배당 정책을 말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가 4대 지주 중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배당이 늘면서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율은 50%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주 환원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들에게 얼마나 되돌려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각 금융지주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2020년 20% 안팎이던 금융지주들의 주주 환원율은 올해 KB 54%, 신한 45.8%, 하나 44% 등으로 5년 만에 50% 안팎으로 올라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