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어음 부도율이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어음 부도율은 0.4%로 집계됐다. 지난 2월 0.04%에서 석 달 만에 10배로 오른 것이다. 2015년 3월(0.41%)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자 거래 실적은 제외한 수치이지만,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시중은행 대출 연체율과 파산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11%로, 작년 동월(0.02%)보다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평균 0.44%에서 0.55%로 올랐다. 또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922건으로, 작년 동기(810건)보다 13.8% 증가했다.
특히 지방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10.26%로 관련 통계 작성(2018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중견·중소 건설 업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더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부진 등에 따른 토목 공사 감소, 업체 간 경쟁 격화 등으로 매출 창출이 제약되고 있어 대내외 충격에 한층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기 둔화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로, 지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는 자영업자 중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으로 분류된 이들을 말한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올 1분기 말 기준 1.88%로, 2012년 이후의 장기 평균(1.39%)을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