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직장 들어가도 ‘집 한 채’ 사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MZ들은 ‘내 사업’ ‘사장님’을 꿈꿉니다. 창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조선일보가 선배 창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장이 됐나, 대체 사장은 어떤 맛인가. ‘선배 사장’을 심층 인터뷰해 ‘창업 실전 MBA’를 써드립니다. 자랑, 성과 같은 단맛은 물론, 창업 과정의 짠맛, 쓴맛을 그대로 전해 드립니다.

요즘 편의점에 가보면 별별 맥주가 다 나옵니다. 맥주에 사이다 탄 맛을 구현한 ‘맥싸’, 마시면 달콤한 껌맛이 나는 ‘쥬시후레쉬맥주’, ‘스피아민트맥주’가 있습니다.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으라고 나온 ‘불닭맥주’까지 나왔는데요. 이런 수제맥주 히트작을 내놓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맥주 팔아 우주 간다”는 포부를 밝힌 더쎄를라잇브루잉입니다.

창업자는 93년생 전동근 대표입니다. 독일·미국·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맥아 40종과 홉 80종을 들여와 50여가지 맛 수제맥주를 개발해, 200여개 펍에 납품합니다.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 8종을 전국 편의점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팔아 연매출 12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 전 대표는 올 하반기 충남 보령에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 맥주 브루어리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전 대표가 창업하면서 겪은 우여곡절과 성공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전동근 대표가 유통하는 맥주 제품들을 늘어놓고 옆으로 누워서 한손으론 머리를 받치고, 한손으론 '맥싸' 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짠맛: 24살, 500만원으로 창업 시작

고교 때부터 창업을 꿈꿔온 전 대표는 만 24세에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릴 때부터 빌 게이츠 같은 기업가들이 아프리카에 우물도 만들고, 자선사업하는 걸 보면서 막연하게 사업을 생각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혁신을 이끄는 것은 결국 기업가라 생각했다. 2012년부터 글로벌 창업대회를 주최하는 비영리단체 세이지 한국본부에서 일하면서 창업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창업은 오히려 늦었다.”

전 대표는 자금 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미국 미시간 캘러머주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500만원으로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실패하면 빚이 2억원 정도 생길 것 같더라. 빚이 생기더라도 한 3년쯤 배달이나 알바를 하면 어느 정도 갚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계산하니, 마흔살까지는 3번쯤 기회가 있겠더라.”

그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왜 하필 수제맥주였을까.

“해마다 성공하는 사업 트랜드가 있다. 2015년엔 농수산물 사업을 하고 싶었고, 2016년엔 수제맥주가 성공할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당시 수제맥주를 VC(벤처 캐피탈) 차원에서 접근하는 스타트업이 없어서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듬해 4월 법인을 만들었지만 1년 새 수제맥주는 사업성이 없다는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수제맥주의 ‘수’자만 들어가도 부정적으로 분위기가 생겼다. 투자받기가 정말 힘들었다. 120페이지 분량으로 원가분석, 해외성공사례 비교분석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서 갔지만 투자자는 들어주지 않았다. 정말 짠내나게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더쌔를라잇브루잉이 유통하는 '맥싸'. /더쌔를라잇브루잉

◇신맛: 하루에 맥주 20잔씩 마시다 역류성식도염

전 대표는 맥주를 마시지 않을 뿐더러, 관련 지식도 전혀 없었다.

“잘 아는 아이템으로 시작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역으로 성공할 게 분명한 아이템을 해야 한다. 수제맥주는 되는 아이템이라 확신했다. 대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생활을 했던 미시간 지역 맥주 양조장 거의 전부를 찾아다녔다. 맥주 공정을 가르쳐주면, 손잡고 한국 시장을 개척해보겠다고 설득했다. 물론 대부분 받아주지 않았다. 아마 저를 사기꾼 정도로 생각했을 거다.”

그래도 간절하고 절박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기 마련인가 보다.

“당시 미시간주 1위 업체는 굳이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없었고, 2위 업체는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었다. 3위 업체였던 쇼트 브루잉 컴퍼니를 공략했다. 애매하게 끝난 미팅 후 2번을 더 찾아갔다. 삼고초려였다. 공정 노하우만 가르쳐주면, 양조장에서 공짜로 일하겠다고 했다. 잠자는 시간 3-4시간 말고는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지냈더니 창업주가 따로 불러내더라. 요즘 사람들 같지 않은 열정에 감명받았다면서 저와 함께라면 뭘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 대표는 다양한 맛의 맥주를 공부하려고 6개국 89개의 양조장을 탐방했다고 한다.

“유럽에 견학 갔을 때는 하루에 양조장 8-10곳씩 찾아다녔다. 맥주를 하루 20잔 넘게 마셔 역류성식도염에 걸렸다. 그때 그 역류한 위산의 시큼한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쓴맛 : 피할 수 없던 코로나 쇼크에 매출 80% 급감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 대표는 열정을 불태우며 사업을 성장시켰다.

“창업하고 은행에서 빌리고, 투자도 받아 5억원으로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첫 양조장을 차렸다. 전 직원 8명이 호프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직접 개발한 맥주 제품을 팔았다. 한 달 매출이 1억원까지 올라갔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코로나. 한순간에 시장이 얼어붙었다. 장사가 안되니까 맥주를 사겠다는 곳이 없었다. 그 당시 매출이 80%가 떨어졌다.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오히려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맥주 펍에 수제맥주를 납품하더라도 손님은 우리가 개발한 맥주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선 브랜드를 알릴 수가 없었다. 편의점으로 유통망을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코로나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이 악물고 전국 유통에 도전했다. ‘편맥족’들에게 화제가 됐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가 유통하는 맥주 제품들을 늘어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매운맛 : 핵심 인재의 배신에 정신 번쩍 들었다

사업이 완전히 망할 뻔한 위기도 겪었다.

“최고의 양조팀을 짰다고 생각했다. 실력 있는 양조사 1명을 스카웃했고, 그가 2명을 더 데려왔다. 어느 날 갑자기 3명이 한꺼번에 퇴사를 하더라. 알고 보니 3명이 다른 양조 사업을 하는 팀이었다. 위장취업이었다. 레시피 자료를 빼돌리고, 공정관리에 필요한 문서 파일을 훼손하거나 삭제해버렸다. 물건을 아예 못만들게 한 것이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나마 다행은 제가 양조 공정을 전부 알고 있었다. 보리 분쇄, 맥즙 끓이기, 탱크로 옮기기, 탱크 세척, 이런 작업을 혼자 다 했다. 맥주 만드는 법을 몰랐다면, 그때 무너졌을 것이다.”

그래도 이 사건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한다.

“능력이 전부가 아니란 걸 확실히 깨달았다.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인지, 평판(레퍼런스) 체크를 꼼꼼히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중 취업 금지’조항이 계약서에 있었지만, 현실에선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시스템화’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리스크 대응이 수월하다. 특히 사업을 꾸준히 키워갈 생각이라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자사 맥주제품인 '우주IPA'를 로켓에 실어 성층권으로 보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단맛: 우주로 쏘아 올린 맥주, 언젠간 달나라까지

전 대표는 ‘쥬시후레시맥주’가 히트를 친 작년 초 한 달 매출 5억원을 기록했다. 이색 맥주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지금은 한 달 매출이 10억원까지 올랐다. 미국 최대 수제맥주 맥아 판매사인 브리즈와 세계 최대 홉 생산업체 홉스테이너 제품을 독점 수입해, 질 좋은 맥과 홉으로 자체 레시피를 개발해 판매한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 75억원을 유치했고, 올해 15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아이스크림이나 껌 코너에 가서 맥주와 어울릴 만한 ‘맛 궁합’을 상상해 본다. 쥬시후레쉬맥주는 일본에서 껌 원액을 들여와 지금 맛을 구현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 호불호가 갈리는 맛인데, 지난해 상반기 세븐일레븐 수제 맥주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에서 ‘불닭볶음면처럼 매운맛 맥주도 개발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도저히 상품성 있게 매운 맛을 낼 수가 없더라. 대신 매운맛과 잘 어울리는 달콤한 망고맛 맥주로 방향을 돌렸다.”

전 대표는 수제맥주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제게 맥주는 ‘맥아맛 알코올 탄산 음료’다. 맥아맛이 아닌 다양한 맛으로, 알코올과 논알코올, 탄산과 비탄산 등 여러 종류의 음료에도 도전할 수 있다. 요즘은 위스키에 관심이 간다.”

전 대표의 궁극적인 꿈은 우주 산업이다. 실제로 자사 맥주 상품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

“2020년 5월, 우리회사 ‘우주IPA’ 맥주캔을 초소형 인공위성에 달아 우주로 쏘아 올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맥주 팔아 우주 간다는 컨셉의 ‘마시라거’ 제품 판매수익 일부는 한국우주과학회에 기부하고 있다. 창업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우주 산업을 키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라는 생각에서다.”

전 대표에게 우주는 꿈이다. 법인명에도 인공위성(쎄를라잇)이란 단어가 들어간다. 이미 국내에서 위성발사 수요가 늘고 있고, 국내 로켓 스타트업들이 수백억원 단위 투자를 받고 있는 상황. 전 대표는 한국우주과학회와 한국항공우주학회에 후원하면서 교류를 이어가다, 때가 무르익으면 ‘재활용 로켓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전 대표는 “10년 전에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계획도 다 비웃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주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는 200% 진심”이라고 말했다.

전동근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주산업 진출도 마냥 허황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 대표는 사업을 일구면서 깨달은 경영철학 3가지와 다양한 창업 팁도 들려줬습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의 성공 경험담을 곁들인 ‘실전 창업 MBA’인 셈입니다. 17일 목요일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