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명의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의 이용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물론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킹 사고 그 자체보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쿠팡의 안일한 대응이 ‘신뢰의 붕괴’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보 유출과 관련해 고객들에게 낸 온라인 안내문 링크에 광고성 문구가 함께 노출되거나, 비용 부담을 줄이려 ‘개인정보 유출 배상보험’을 최소한으로만 가입한 것과 같은 허술한 조치가 속속 드러났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쿠팡 사태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지시하는 등 쿠팡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용자 감소와 허술한 대응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617만77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태 직후인 지난 1일(1798만8845명)과 비교하면 4일 만에 181만명 넘게 급감한 수치다. 유출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달 29일(1625만1968명)보다도 더 떨어졌다.

사태 초기에는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며 이용자 수가 일시적으로 치솟았지만, 확인을 마친 소비자들이 실망감에 앱 이용을 줄이거나 삭제하면서 이탈 흐름이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쿠팡 탈퇴하는 방법’이나 ‘탈팡(쿠팡 탈퇴) 인증’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의 미숙한 대응이 사용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7일 ‘개인정보 유출 안내문’을 앱과 홈페이지에 수정 게시했다. 앞서 올린 안내문에 ‘정보 유출’이 아닌 ‘정보 노출’이라고 표현했다는 지적을 받아 다시 쓴 안내문이었다. 그러나 이 링크를 공유하면 ‘쿠팡이 추천하는 혜택과 특가’라는 광고 문구가 노출돼 또다시 논란이 됐다. “단순 실수”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대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가입은 쉽지만 탈퇴는 어려운 구조도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적지 않은 고령 이용자들은 불안감에 탈퇴하고 싶어도 탈퇴하지 못하는 처지다. 지난달 쿠팡에서 물건을 산 사람 중 60대 이상은 전체의 12.5%인 209만명에 달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탈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쿠팡을 상대로 사실 조사를 벌이고 있다.

◇쿠팡 향한 압박도 거세져

쿠팡은 또 법정 의무 보험인 ‘개인정보 유출 배상보험’을 보장 한도가 최소 금액인 10억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보 유출 피해 대비에 힘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8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해 “유출된 정보가 온라인 사기나 카드 부정 사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며 “쿠팡은 피해 발생 시 책임질 방안에 대해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쿠팡이 전관 출신을 대거 채용한 데 대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사례를 폭넓게 조사해 보고하라는 주문도 했다.

로펌들은 쿠팡 한국 법인을 상대로 각각 수천~수만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은 미국 법인 SJKP를 통해 쿠팡 미국 본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오는 17일 쿠팡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위원들은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47) 쿠팡Inc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