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베트남 석탄 화력발전소 사업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국전력(한전)이 5일 오후 1시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 사업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안다”면서 “청와대와 경제 부처 핵심 인사들이 그간 국회와 주요 정부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 사업 강행 의사를 드러내 이미 한전 이사회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환경단체뿐 아니라 정부·여당 일각에서도 이번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내는 등 반대 여론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에겐 ‘그린 뉴딜’ ‘탈석탄’을 강조하면서 나라 밖에선 ‘반(反)그린·친(親)석탄’ 사업을 벌여선 안 된다는 의견이 기후·환경 관계 부처와 여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내로남불’ 지적을 받는 정부가 이제 화력발전 사업을 놓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가 이제 ‘내가 (석탄)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라는 ‘내불남로’라는 행태를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베트남 석탄화력 발전 사업을 신남방 정책 성과와 주요 수출 실적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낙수효과(落水效果)와 함께, “신남방 정책 덕분에 코로나 상황에도 베트남으로부터 대형 사업을 수주했다”는 정책 홍보를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붕앙 2호기는 베트남 하띤성 지역에 건설되는 1200메가와트(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로, 총사업비는 2조5000억원이다. 한전의 지분 참여 규모는 2200억원 규모로, 이번 한전 이사회에서 ‘사업 승인’ 결정이 나면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한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 오염 주범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한국 정부·기업이 도맡았다가 한국 기업 보이콧 운동, 투자 감소 현상이 벌어져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금융투자업계에선 ‘석탄으로 돈 버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말이 불문율처럼 통용된다고 한다.
특히 베트남 붕앙 2호기는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도 공개 반대해 국제 사회의 우려가 큰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최근 한전에 베트남 석탄발전소 사업 진출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 덴마크 민간연금사 MP펜션 등도 삼성물산에 베트남 화력발전소 참여 계획을 철회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한국은 기후 악당’이란 캠페인이 환경단체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호주 마켓포시즈 등 9개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에 광고를 내고 한국 정부의 석탄발전소 수출 중단을 요구했다. 광고를 보면, 석탄발전소 매연과 문 대통령의 모습을 배경으로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Green New Deal?)'라는 문구가 쓰였다. 이들은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정작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에 대해선 잘 가동되는 것 조차 조기 폐쇄하며 급진적 정책을 펴면서 석탄화력발전에 대해선 점진적 접근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개도국 특수성 인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2015년 채택된 파리 기후협정 체제에선 선진국·개도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선진국은 개도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있도록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야지 개도국이 바란다고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주려고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