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고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11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 기준으론 7연속 동결이다.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이날 회의는 오는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창용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금통위다. 아울러 중동 전쟁 발발 후 열린 첫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이기도 하다.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환율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 후 배포한 ‘통화정책 방향’에서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 및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중동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향후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해선 “중동 전쟁 등 대내외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및 성장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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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2%로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1년 후 물가를 전망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7%로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물가가 오르리라는 전망이 확산하면 가격이 오르기 전 소비를 미리 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한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확정하는 등 경기 둔화 방어에 힘쓰고 있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시장에서는 물가·환율 상승 압박이 커서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연초 연 2.935% 수준이던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9일 종가 기준 3.338%까지 올랐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금리 수준이 한은이 향후 1년간 2~4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리라는 전망을 반영했다고 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인 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작지만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에너지 기반시설이 파괴된다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음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개최일은 5월 28일이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인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의 인사 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