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가운데 공시 가격이 12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가구 수가 지난해에 비해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집값 상승 등으로 공시 가격이 오른 탓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종부세 대상 공동주택이 올해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강동구와 동작구는 1년 새 종부세 대상이 약 6배와 4배로 올라 각각 1만 가구를 넘어섰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양수(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전체 공동주택 278만2147가구 중 공시가 12억원을 초과한 주택은 총 41만4896가구(14.9%)였다. 이는 지난해(28만365가구)보다 48%(13만4531가구) 급증한 것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7가구 중 1가구꼴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됐다는 뜻이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이 공시 가격 11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변경된 2023년에는 서울 과세 대상 주택 비율이 7.8%였는데, 이 비율이 3년 만에 2배가량으로 올라간 것이다. 서울의 12억원 초과 주택은 2022년 31만7394가구를 기록했다가, 그해 금리 급등과 함께 집값이 꺾이면서 이듬해 21만1091가구로 줄었고 이후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과세 주택도 늘기 시작했다. 이양수 의원은 “과거 부유세로 불리던 종부세가 사실상 서울 중산층의 보편세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과세 기준 조정을 포함한 세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올해 종부세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전체 17만7198가구 가운데 9만9372가구(56.1%)가 해당됐다. 서초구도 12만7155가구 중 6만9773가구(54.9%)였다. 지난해엔 12억원 초과 주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자치구가 없었다. 그다음으로 용산구(40.1%), 송파구(35.8%), 성동구(34.7%), 양천구(21.1%), 마포구(19%) 등 순으로 종부세 과세 주택 비율이 높았다.
집값이 크게 오른 한강 벨트에서 종부세 주택 증가세가 가팔랐다. 강동구는 과세 주택이 지난해 3167가구에서 올해 1만9529가구로 6.2배로 늘었다. 동작구(올해 1만1794가구), 광진구(1만2089가구)도 과세 주택이 작년의 2~4배가량으로 늘면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새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아파트 단지도 적지 않았다. 종부세 대상이 작년 8가구였던 동대문구는 올해 1205가구로, 서대문구는 200가구에서 2359가구로 각각 폭증했다. 반면 강북·도봉·노원·금천·관악구에서는 12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이 한 가구도 없었다. 은평·중랑·성북구는 각각 20가구, 16가구, 244가구에 불과했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에 따라 ‘세금 양극화’가 자치구 단위에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주택 공시 가격이 12억원 넘어도 고령자, 장기 보유, 공동 명의 등의 조건이 적용되면 종부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파트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등 부담이 커져 그만큼 소비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12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주택연금 가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주택연금은 노후 자산을 유동화시켜 부동산에 묶인 돈을 소비와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게 하는 대표적인 수단인데, 이런 통로가 점점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2023년 공시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된 후 기준이 묶여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