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열흘을 넘긴 가운데 개전 초기 가장 큰 타격을 입으리라 예상됐던 중국 경제가 의외로 선방하고 있다. 한국·일본의 주식과 외환 시장이 요동치며 급등락을 반복 중인 반면 중국은 증시·환율 모두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한국·일본과 달리 정부의 ‘보이는 손’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이란 및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당초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일본과 달리 중국의 의존도는 50%에 못 미친다”며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브라질·앙골라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을 뿐 아니라 바닷길이 막힐 상황에 대비해 러시아·중앙아시아·미얀마를 관통하는 거대한 ‘육상 파이프라인’을 뚫어놓았고 결과적으로 이번 전쟁의 타격을 덜 받고 있다”고 했다.
◇韓 증시 하락률 10% 넘어, 중국은 0%대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한·중·일 증시 중 중국만 안정된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3국의 주요 주가지수를 보면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평균이 각각 10.6%, 7.5% 하락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 내려가는 데 그쳤다.
한국·일본 증시 변동 폭이 하루 평균 각각 6.0%, 2.4%에 달하며 급등락을 반복한 반면 중국 증시의 변동률은 0.7% 수준에 머물렀다. 이란 전쟁이 난 후에도 증시가 변동률이 0%대였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의 증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산을 중심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소비자·기업 모두가 타격을 입으리라는 우려로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산 의존도는 71%, 일본은 93%에 달하기 때문에 중동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반면 중국의 수입 원유 중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한국·일본보다 훨씬 낮다. 중국의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원인으론 ‘러시아 제재의 역설’이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서방 주요국들의 원유 수입에 제약이 생기자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거 사들이면서 결과적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란·중동산 원유 의존도 확 낮춘 中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14년 약 3000만t(톤)에 그쳤지만 2023년 이후엔 매년 1억t 이상을 러시아에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수입 원유 중 가장 많은 약 20%가 러시아산이었다. 이 중 상당량이 러시아와 합작해 2012년 완공한 송유관을 통해 수입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러시아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이란산을 포함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핵개발에 따른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 석유 또한 서방 수출이 막힌 가운데 이란에 중국은 수출 원유의 80%를 구매하는 ‘큰손’이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전체 수입량 중 약 10%에 그친다. 이란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큰 반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가 없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 자체가 한국·일본보다 낮다는 점도 중국이 중동 전쟁의 영향을 덜 받는 원인으로 꼽힌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일본 발전소와 공장들의 연료가 수입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집중된 반면 중국은 여전히 자국에서 캐내는 석탄 의존도가 60%로 높다. 석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 2% 하락, 위안화는 ‘그대로’
중국은 정부가 환율의 등락 폭을 통제하는 ‘관리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처럼 환율이 급등락하지는 않는다. 다만 홍콩·뉴욕·런던 등 역외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환율은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는데, 위안화 환율은 한국이나 일본 통화보다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와 엔화 가치가 약 두 주 사이 2%, 1%씩 떨어진 반면,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는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변동 폭도 하루 평균 0.3%로 한국 원화 환율의 1.0%나 일본 엔화 0.4%보다 훨씬 더 작았다.
위안화 환율은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엔화와 대만 달러 등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2025년 하반기 이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강세(환율 하락)인 상반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중국 지도부가 정책적으로 ‘강한 위안화’를 선호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개인·기관 등이 미국 주식·채권 시장 투자를 늘린 것과 반대로 중국은 미국 주식·채권을 대량 순매도하고 있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국채를 1102억달러, 주식을 341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채권·주식 거래액은 각각 162억달러, 736억달러 순매수였다. 일본은 채권을 514억달러어치 사들인 반면 주식을 23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