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한국의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가 확산하며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가 올라갈 위험까지 커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위험으로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지난달 27일 연 3.041%였던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6일 3.227%까지 올라갔다.
한은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2%로 제시했다.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당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한은은 유가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배럴당 63달러에서 1달러 올려 64달러로 수정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2.1%에서 2.2%로 상향 조정했다. 상반기 유가는 배럴당 평균 65달러, 하반기는 63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는 최근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로 상당 폭 상승하고 있으나 연중으로는 초과 공급 상황이 이어지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은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이란 공격이 예상보다 빨리 단행되고 중장기화할 조짐까지 보이면서 유가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까지 배럴당 73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지난 6일 기준 93달러까지 급등했다. 상승률이 27%에 달한다.
한은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을 추가로 끌어올리게 될 수도 있는 변수로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인한 유가 및 환율 상승을 지목했다. 중동 사태는 이 두 가능성을 모두 끌어올려 물가 전망도 수정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27일 달러당 1440원 선이었던 환율은 지난 6일 외환 당국이 설정한 암묵적 ‘상한’으로 여겨졌던 1480원 위인 1480.6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기준 수입 물가가 따라 올라가며 소비자물가를 전반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유가·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ING는 지난 6일 발표한 ‘한국의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상승 위험이 매우 커졌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유가가 10% 오른 상태가 한달 넘게 지속될 경우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20% 넘게 오른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물가상승률이 3%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ING는 “원화 약세(환율 상승)로 인한 파급 효과까지 더해지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