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미 월가 인사들이 잇따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부작용을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당초 시장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경우 한국은행도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져 대출자들의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

◇“유가 충격에 연준, 금리 인하 주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일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당초 올해 연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 적절하다고 예상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그런 확신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며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한 지금 우리는 (금리 결정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2일 S&P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이란 사태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더욱 주저하게 됐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를 연 3.25~3.5%로 전망했다. 현재 연 3.5~3.75%에서 연준이 연내 한 차례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앞서 월가에서는 연준 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오는 5월 취임하면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전쟁 발발로 당분간 금리 인하는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다. 4일 미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시장 전망은 55.6%로 한 달 전(44%) 보다 커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올 연말까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약 0.8%포인트 추가 상승해 3%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연준의 장기 물가 안정 목표 2%를 크게 웃돈다.

연준이 통화 정책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최근 데이터인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 전문가 전망치(2.8%)를 웃돌았다.

◇트럼프 관세도 물가에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관세 전쟁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관세는 이미 미국의 수입품 가격을 의미 있게 올렸으며, 완전한 영향은 아직 다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0.5~0.75%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내) 의료비, 건설비, 보험료, 임금이 모두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파티장의 스컹크’가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최근 주가 급락 외에도 물가 상승이 한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금리 인하 지연은 국내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의 우려로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