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운용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대출의 주된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동산과 담보에 쏠렸던 저축은행의 자금 흐름을 실물 경제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저축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부동산·건설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등 실물 경제 전반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엄격하게 적용해 온 유가증권 보유 한도를 완화한다. 예컨대 비상장 주식 보유 한도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높여, 혁신·성장 산업에 대한 간접 금융 공급 여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무분별한 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자산 규모가 큰 저축은행에는 은행 수준의 자본 관리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기업 금융의 외연을 넓힌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업 대출 범위에 중견기업을 새로 포함시키고 예대율 산정 체계를 개편해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한다. 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100%에서 105%로 높이는 대신 비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100%에서 95%로 낮춘다.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과의 연계 투자 허용, 사잇돌 대출 상품의 분리 운영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개인 사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여신 공급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영업 규제 합리화와 건전성 강화도 병행된다.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에는 독자적인 직불·선불 전자 지급 수단 취급을 허용하고 자산 1조원 이상 중·대형사의 법인·개인사업자 신용 공여 한도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동시에 대형사에는 미래 상환 능력을 반영하는 자산 건전성 분류(FLC) 도입 등 사전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 ‘성장과 건전성’의 균형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이 단기 수익에 몰두하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거점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까지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