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가계빚이 1년 전보다 56조원 넘게 늘면서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7.7%) 이래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해 정부가 대출을 조였지만, 주식 시장 활황으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20일 한국은행의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빚) 잔액은 1978조7850억원으로 전년보다 56조1000억원(2.9%)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금리 인하로 가계빚이 빠르게 늘었던 2021년 132조8000억원(7.7%)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대금 결제가 아직 안 된 신용카드 판매액(판매신용) 등을 합친 것이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 폭은 축소된 양상이다. 작년 4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85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1조1000억원 늘었다.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11조9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된 셈이다.
정부 대출 규제의 집중 표적이 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70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역시 3분기(12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줄었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이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났다. 작년 4분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10조9000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4분기 6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4조7000억원)보다 되레 상승했다. 은행권 규제가 강화될수록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한 셈이다.
연말 소비가 늘면서 카드 사용도 다시 증가했다. 4분기 판매신용은 2조8000억원 늘었다. 고물가 속에서 생활비 부담이 카드 결제로 전가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주식 시장으로 돈이 쏠리면서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 증가도 꾸준히 이어지며 연간 가계대출도 늘어난 추세다.
이혜영 팀장은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 가계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서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