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금 제련소에 쌓여 있는 금괴. /AFP 연합뉴스

지난해 금값 급등이 투자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보유한 금이 처음으로 4000톤(t)을 넘어섰다. 금 실물 ETF가 미국에서 처음 나온 2004년 이후 사상 최대치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미국(8133t)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5일 세계금위원회의 ‘2025년 금 수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운용사가 ETF용 자산으로 보유한 금이 전년보다 801t 늘어 4025t을 기록했다. 지난해 불어난 ETF용 금의 가치는 89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금 실물 ETF는 투자자가 매수하는 금에 맞춰 실제 금을 사서 보유하는 상품으로 금값에 가격이 연동되면서도 금괴 등에 비해 쉽게 사고팔 수 있어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세계금위원회는 “지난해 4분기 금값이 급등하면서 ETF 규모가 팽창했다. 투자자들이 금 가격 상승을 보고 ETF에 투자하고 ETF 규모 확대가 다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금 ETF의 보유분 증가 규모가 446t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215t)·유럽(131t)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 미국 기준금리 하락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해도 금 ETF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863t으로 전년(1092.4t)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금을 사들인 국가는 102t을 사들인 폴란드로 한 해 동안 한국은행의 금 보유분(104.4t)과 맞먹는 금을 매수했다. 아담 글래핀스키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안보적 목적으로 금 보유량을 700t까지 늘리겠다”고 최근 밝히며 추가 금 매입을 시사했다. 지난해 말 기준 폴란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550t이었다.

지난해 연중 상승해 지난달 말 트로이온스당 5200달러를 넘어서던 금 가격은 지난 2일 4420달러까지 급락했다가 반등해 4일 5000달러 위로 올라갔다.

국내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금현물’ ETF 등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 ETF들은 자산운용사가 직접 금을 보유하는 대신 한국거래소의 KRX 금 현물 지수에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증권사에 금 거래 계좌를 개설하면 한국거래소의 KRX 금 시장에서 ETF와 비슷한 방식으로 금을 거래할 수 있다. 최소 거래 단위는 1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