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금값이 95% 가까이 치솟는 동안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비트코인은 오히려 19% 떨어졌다. 전통적 안전자산과 신흥 대체자산의 성적표가 정반대로 갈린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월 30일 약 10만3709달러에서 30일 현재 8만4564달러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5441.51달러까지 오르며 전년 대비 약 2배로 올랐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이른바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커졌고, 비트코인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은 한때 8만4000달러 선을 위협하며 주요 지지선 붕괴 우려까지 키웠다. 기술주와 금값이 장중 급락 후 반등에 성공한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뚜렷한 회복력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과 달리 안전 자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레든의 존 글로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자금은 금이나 스위스프랑 같은 전통적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위기 국면에서 여전히 주식과 함께 움직이는 위험 자산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미국 재정 불안, 달러 가치 변동성 등이 겹치면서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의 금 매입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국면에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역할을 재확인하며 ‘진짜 안전 자산’ 지위를 굳히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7만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면 최근 조정을 저점으로 보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1분기 말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사 21셰어스의 맷 미나 전략가는 “거시경제 환경이 받쳐준다면 1분기 말 10만달러를 넘어 12만8000달러 신고가 경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