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개입을 계획 중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엔화 환율은 지난 23일 달러 대비 1.7% 하락(엔화 가치 상승)해 155.7엔을 기록했다.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 통화 가치가 이 정도로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투자은행 등 시장 참여자들에게 엔화 환율 수준을 묻는 설문(rate check)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크게 하락했다. 뉴욕 연은의 시장 점검은 통상 재무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앞두고 실시된다고 알려졌다. FT는 “이번 시장 점검은 미국 재무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다만 재무부가 이번 조치에 앞서 일본 외환 당국과 접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엔화 가치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지난해 10월 당선된 이후 꾸준히 하락해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부양과 감세 정책 계획이 부각되면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엔화 가치가 내려갔다. 엔화 환율은 미 당국이 개입 조짐을 보이기 전 달러당 159엔 선을 돌파하며 통상적인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기준선으로 알려진 달러당 160엔 선에 바짝 다가갔었다. 이에 일본 외환 당국 또한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며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23일 일본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항상 (엔화 환율을) 긴박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엔화 약세와 동반한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우려해 엔저(低) 개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선진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미 국채 금리도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약 5개월 만에 연 4.3%를 돌파하며 상승할 조짐을 보여왔다.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막대한 국가 부채에 따른 이자가 불어나 미국엔 부담이다. WSJ은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랜드 점령 계획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고조가 촉발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그린랜드 문제가 아닌)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 연 1.6% 정도였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23일 2.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달러 당 1400원을 넘은 후 계속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원화 환율은 최근 엔화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26일 서울 외환시장 개장 후 원화 환율도 엔화 환율을 따라 하락할지 주목된다. 23일 주간 거래 때 달러 대비 1465.8원으로 거래를 마친 원화 환율은 24일 오전 2시 마감한 야간 거래 기준으론 주간 종가보다 3.3원 내려간 1462.5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