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올해를 마무리했지만 달러 자체의 가치는 8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벌인 무역 전쟁과 미국의 러시아·중국 제재가 불러온 달러 자산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며 달러 가치가 내년에는 더 내려가리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집계한 ‘달러 인덱스’는 31일 98.2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8.13 대비 9.2% 내려간 수준이다. 하루 사이 큰 반전이 없다면 달러 가치가 트럼프 ‘1기’ 첫 해인 2017년 이후 최대 폭 하락을 기록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달러 약세는 지난 4월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한때 주요 통화 대비 15%까지 내려갔다가 일부 회복했지만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재개로 인해 여전히 지속적인 가치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주요 통화 중 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가치가 14% 급등하며 달러 인덱스를 끌어내렸다. 연준이 내년에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릴 조짐을 보여 내년에도 달러 가치는 유로 대비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제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물가 상승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달러 약세와 무관하게 한국 원화 가치는 달러 및 주요국 통화 대비 모두 내려갔다.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30일 전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주간 종가 기준)으로 올해 거래를 마쳤다. 연간 평균 환율은 1422.0원으로 계엄 사태 등 불안이 컸던 지난해 평균 1363.98보다 4.3% 높았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398.9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