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한 것이 지목되는 가운데 한국인의 해외 투자 패턴이 변했다는 진단 결과를 한국은행이 내놨다. 과거엔 한국·미국 주식을 함께 샀지만, 최근엔 미국 주식을 사면서 한국 주식을 파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3일 한은의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가 많이 늘어난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한국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사면서 한국 주식도 함께 매수해 분산 투자했다. 하지만 작년 들어서부터 이런 관계가 깨졌고, 올해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사면서 한국 주식은 반대로 팔았다.
한은은 “한국·미국 주식은 2023년까지는 매매가 비슷하게 이뤄지는 ‘보완 관계’였지만 2024년부터는 한쪽을 팔고 한쪽을 사는 ‘대체 관계’로 바뀌어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2022년 한국 투자자는 해외 주식 206억달러 어치를 사면서 한국 주식도 119억달러 어치 매수했다. 그러나 올해 1~10월엔 한국 주식 147억달러(약 22조원) 어치 매도한 반면 미국 주식을 240억달러 어치 사들였다.
한은은 이런 현상의 이유에 대해 “미국·한국 주식 시장의 장기 수익률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고정되면서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라고 했다. 과거를 돌아보니 미국 주식 수익률이 훨씬 좋았고 한국은 부진했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0월 기준으로 집계한 미국 S&P500 지수 10년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11%였지만, 한국의 코스피는 5%에 그쳤다. 최근 원화 약세,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미국 주식 투자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다만 최근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오르며 지난 9~10월 한국 코스피 상승률은 28.9%로 미국 S&P500 상승률 5.9%를 크게 웃돌았다. 그럼에도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매수-한국 매도’는 계속됐다. 한은은 “수익률 격차에 대한 기대감이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만큼, 일시적인 수익률 개선만으로는 투자자의 기대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