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7일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80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금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보다 약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치인 2.1%에서 2.3%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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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후 1400원대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 데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보고서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외채 상환 부담 등 금융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어 “환율이 오르면 수출 업체는 이익이지만 수입 업체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어려워진다. 환율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내수 기업, 자영업자와 환율로 수출이 잘되는 기업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지며 ‘K자형’ 성장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내년부터 집행될 연 최대 2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총재는 “협상 결과에 따라 대미 투자는 한국의 외환 시장에 주는 영향이 없는 선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며 “한은 외환보유액의 이자·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공급하되 외환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할 예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미 투자로 인해 장기적인 환율 상승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월 들어 이른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줄었음에도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 데 대해선 “통상 연말엔 해외 투자 양도세 공제 시한에 맞춘 차익 실현 매도를 많이 해서 해외 주식 순매수가 많이 줄어드는데 올해는 감소세가 약한 편”이라고 했다. 해외 주식 투자로 인한 시세 차익에 대해선 연간 수익과 손실을 상계해 250만원까지 공제하고 초과분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세율(22%)로 과세한다. 연간 단위로 공제액이 설정되기 때문에 12월에 매도가 몰리는 편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이런 현상이 비교적 덜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16일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10억달러 정도였던 반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순매수는 약 19억 달러로 두 배 수준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