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5일 2026 월드컵 조 추점 행사에 참여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모습. 미국 국채 금리가 한국 금리를 앞서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투자자의 해외 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아버지로부터 “예금에 넣어두었던 퇴직금 3억원을 투자해 미국 국채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아버지는 증권사 직원의 권유를 받았다면서 “절대로 부도 날 일 없고, 매년 1100만원 좀 넘는 현금이 나온다고 하니 생활비로 쓰기도 좋고 이자도 예금보다 훨씬 많이 준다”고 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평가 가치가 원화 기준으로 880만원이나 불어났다고도 했다. 김씨는 “아버지 말씀을 듣다 보니 나도 여유 자금으로 좀 사놓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높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원인으로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가 주목받는 가운데, 올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뿐 아니라 미국 국채도 대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채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연 4.14%로 한국의 웬만한 정기예금보다 높다. 게다가 만기 때 원리금을 같이 주는 대부분의 예금과 달리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해 준다는 것도 은퇴한 고령층이 특히 좋아하는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10월 한국의 평균 예금 금리는 2.6%, 10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3.358%다. 금리가 2%대인 한국 예금, 3%대인 한국 국채보다 4%인 미국 국채가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인 해외 국채 투자 잔액, 국민연금 넘어서

7일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한국 개인(계정명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 채권 투자 잔액은 391억3160만달러로 전 분기 366억2460만달러보다 25억달러, 전년 동기 230억880만달러보다 161억2280만달러 늘었다. 3분기 말 개인의 투자액은 국민연금(일반정부) 투자액인 382억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 직전 미국이 일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한미 금리 역전이 일어났던 2019년 말~2020년 초와 비슷한 현상이다. 다만 금리 역전 폭은 당시엔 0.75%포인트, 지금은 1.5%포인트로 현재가 더 크다.

해외 채권 투자액 증가 속도도 빠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지난 1분기 96%, 2분기엔 105%에 달했고 3분기에도 70%가 늘었다. 지금 추세면 지난해에 이어 연간 기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해외 주식 투자로 자금이 쏠리면서 한국 개인 투자자는 해외 채권을 4억9000만달러 정도 순매도했다.

2022년 7월 이후 이어진 역대 최장 한미 금리 역전으로 해외 채권 순투자액(매수-매도)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선 후 올해도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의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10월 개인의 해외 채권 순매수액은 126억달러로 지난해 133억달러에 육박한다.

한국인의 해외 국채 투자가 늘어난 데는 증권사들의 활발한 미 국채 투자 마케팅도 원인이 됐다. 고액 자산가들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면서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후 ‘고금리 안전 상품’이라며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미 국채 ‘직구(직접 구매)’ 서비스도 잇달아 내놓았다. 다만 미 채권은 만기까지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을 볼 수 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3년 넘게 해소 안 되는 한미 금리 역전

3년 넘게 이어지는 한미 금리 역전이 조만간 해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2.5%, 미국은 3.75~4%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여섯 번은 내려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미국이 ‘빅스텝(0.5%포인트)’ 인하를 한다 해도 세 차례 인하가 필요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또 다른 안전 자산인 일본 국채 금리까지 올라가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신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0조엔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물가 상승 우려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을 시사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9523%로,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등했던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일 사상 최고 수준인 3.44%까지 상승했다가 수요가 몰리면서 다소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일 나고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지금까지 요약된 경제 활동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유지된다면 일본은행은 정책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발언했고 이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확산했다. 일본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오는 18~1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