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인근 노포 부자촌을 이용하는 손님들 모습. /김지호 기자

탑골공원 상권의 낮과 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낮엔 어르신’ ‘밤엔 젊은이’로 상권 이용자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낮 시간엔 서울과 수도권에서 무료 지하철을 타고 온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다. 하지만 밤엔 레트로(복고풍)한 분위기와 “저렴하다”는 SNS(소셜미디어) 소문을 타고 젊은 세대들이 몰려든다.

그래픽=정인성

28일 KT의 상권 분석 서비스 ‘잘나가게’를 통해 지난 10월 시간대에 따른 연령대별 방문객 수를 분석했더니, 6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시간대는 낮 12시에서 오후 6시까지였고, 20~30대는 오후 7~10시 사이 방문자가 주를 이뤘다. 제일 붐비는 시점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선 낮 1시, 2030세대는 밤 9시였다.

본지 취재진이 현장 취재한 결과도 비슷했다. 종로 일대 상인들은 대부분 “우린 밤·낮 손님이 다르다”고 했다. 탑골공원 인근 주점 ‘부자촌’에는 낮엔 1000원짜리 막거리 잔술을 찾는 어르신이, 밤엔 5000원짜리 계란찜과 김치전이 신기한 젊은 층이 찾는다. 유튜브엔 ‘미친 가성비의 성지’ ‘1만원으로 5차 가기’처럼 탑골공원 상권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계속 업로드되며 젊은 층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 21일 밤 탑골공원 인근 주점을 찾은 김성준(33)씨는 “밤엔 술과 안주 가격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싼 이곳에 아내와 종종 온다”고 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이 지역에 충성도 높은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층 유입까지 늘어나면서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KT 관계자는 “20대가 자주 찾는 상권과 탑골 공원을 비교·분석했더니 홍대·신논현역은 방문객이 줄거나 정체하는 ‘성숙기 상권’, 탑골공원과 성수동은 ‘성장기 상권’으로 분석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