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가에선 기획재정부의 예산 삭감 요구에 곡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달 29일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 앞으로 ‘2024년도 예산안 재요구 관련 협조’라는 공문을 돌리고, “각 부처는 5월 31일 제출한 2024년 예산 요구안에 대해 지출 목적의 정책적 타당성, 타당한 정책 목표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 7월 2일까지 수정 제출해 달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그런 예산, 또 노조·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 이런 것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된다”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올해 20조~3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쓰나 안 쓰나 별 효과도 없었던 예산은 잘라내는 게 당연히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부처마다 기재부 요구에 대한 해석이 달라 혼선도 큽니다. 부처 취재를 해보니 “기재부가 비공식적으로 문서가 아닌 말로 관례적인 사업은 30% 감액을 요청했다”는 말이 들립니다. “처음엔 기재부가 관례적인 사업 예산을 30% 깎으라고 했다가, 불만이 커지자 별도 숫자 없이 부처 자율로 감액해오라고 전달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각 부처 익명게시판엔 “실·국별로 누가 더 깎아라 싸움만 일어난다. 우리 국은 44% 예산 삭감이다. 이건 뭐 사업을 하란 건지 말란 건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목요일에 요청해 주말을 포함해 나흘 만에 예산안을 다시 내라고 한 것도 “너무하다”는 반응입니다. 한 공무원은 “토요일에 하루 3번 출근한 건 또 처음이다”고 했습니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30% 삭감 요청을 한 적 없고, 예산심의와 국무회의, 국회 제출 일정 등을 감안한 일정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기재부 설명과 각 부처가 들었다는 얘기, 그리고 현장 목소리가 너무 다릅니다. 건전 재정을 위해선 ‘세수 펑크’보다 ‘커뮤니케이션 펑크’부터 먼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