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1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5%로 낮췄다. 지난해 10월엔 2.0%로 예상했다가, 올 1월 1.7%로 낮춘 뒤 연거푸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내린 것이다. IMF의 이번 전망은 우리 정부(1.6%)나 한국은행(1.6%), KDI(1.8%) 등 국내 주요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 소폭 낮다.

IMF는 보고서에 한국의 성장률을 낮춘 이유를 담지 않았지만, 장재철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고, 중국 리오프닝(경기 재개) 효과도 아직 크지 않은 데다, 주택 가격 하락과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런 성장률 전망은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5.1%,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0.8%,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 -0.7% 등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이어서 ‘저성장 고착화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MF는 이날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도 지난 1월의 기존 전망(2.9%)보다 0.1%포인트 낮은 2.8%를 제시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험난한 회복 과정(Rocky Recovery)’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분절화 심화, 높은 인플레이션 등의 불안 요소가 이어지는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스위스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까지 보태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기존 1월 전망인 1.4%에서 1.6%로 올렸다.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금리의 급격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성장률 전망(1.6%)이 한국(1.5%)을 앞서게 되는 셈이다.

한편 지난 1월 전망에선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봤던 일본의 성장률 전망을 이번엔 0.5%포인트 낮춰 1.3% 성장할 것으로 봤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기존과 같은 5.2%였다.

IMF는 “각국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