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 현상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뉴욕의 미국금융박물관에 전시된 달러화 지폐들./로이터 연합뉴스

‘킹(king) 달러’로 불릴 만큼 달러화의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달러 독주로 다른 통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생긴 통화 가치 불균형이 금융 시장을 흔들고, 세계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남미·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선진국들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도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G7(주요 7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영국만 빼고 나머지 6국에 대해 모두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기존 전망치 1.2%에서 0.5%로 낮췄고, 독일은 1.7%에서 -0.7%로 무려 2.4%포인트나 낮췄다. 영국은 ‘제로(0%) 성장’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G7 중 일본(1.4%), 캐나다(1.5%)를 제외한 5국은 모두 0%대 미만의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 대한 전망치는 최근 벌어진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다. 반영됐다면 마이너스 성장률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OECD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국)에 대해서는 1.6%에서 0.3%로 낮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OECD는 내년 세계경제가 ‘킹 달러’의 폭주로 침체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세 번의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금리를 3%포인트나 급격하게 끌어올렸고, 이런 급격한 통화긴축에 탄력 받은 달러가 다른 통화를 힘으로 누르는 양상이다.

유로·파운드·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말하는 달러 인덱스는 26일 114 선까지 상승하며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영국 정부의 감세 추진 발표 등이 겹치면서 준(準)기축통화인 영국 파운드화도 추락했다. 26일 한때 1파운드당 1.03달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스리랑카가 이미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것을 비롯해 강달러 유탄을 맞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해외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에 제공한 차관은 1400억달러(약 20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