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다음 날인 22일(현지 시각) 하루 동안 13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달러 강세로 자국 통화 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13국 가운데 11국은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렸다.
영국중앙은행은 8월에 이어 다시 빅 스텝에 나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높였다. 작년 12월 이후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0.5%로 끌어올리면서 7년 8개월간 이어온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벗어났다.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연 2.25%로 인상하는 빅 스텝을 결정했다.
아시아에서도 4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홍콩이 자이언트 스텝,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빅 스텝에 나섰고, 대만은 0.125%포인트 인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 등 5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이처럼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서면서 ‘역(逆)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하락(환율 상승)시키는 과거의 환율 전쟁과 정반대로 수입 물가 부담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환율 전쟁이 선진국들의 금리 수준을 높여 신흥국에서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위기를 촉발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경쟁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경기 둔화를 초래해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 모두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인더미트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최근 50년을 놓고 볼 때 전 세계적인 통화긴축의 강도가 요즘이 가장 높다”며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경쟁이 불러온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간 입장 차이가 커 조율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 공조를 모색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역환율 전쟁’은 일본의 참전을 계기로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파이낼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22일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외환 개입을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장중 달러당 145.9엔을 기록할 정도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규모로 매도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초저금리로 유지한다는 기존 통화정책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엔화 가치가 추락하자 시장 개입까지 감행했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여파는 국내 금융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1% 하락한 2290에 마감했다. 지난 7월 6일 이후 79일 만에 2300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409.3원에 마감하면서 이틀째 1400원대에 머물렀다.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100억달러(약 14조원) 한도로 달러 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여 달러 공급이 줄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기 때문에 한은이 보유 중인 달러를 국민연금에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