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를 방어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일 CNBC와 인터뷰에서 “내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연준이 너무 빠르고 높고 과도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진단하는 첫째 이유로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금리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공급 문제에서 유발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원유와 식량 생산을 늘리고 식료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라며 “그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급망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생산 시설 등을 늘리는 투자가 필요한데 금리가 올라가면 오히려 이런 투자가 위축되리라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는 이어 기업이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 등을 소비자 판매가에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의 마진(영업이익)이 비용과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그 이상을 가격에 전가해 물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지막 이유로는 금리 인상이 주거비, 특히 월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월세를 놓는 집주인들은 집을 사는 데 들어간 주택 대출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이를 월세에 바로 반영해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월세는 미 소비자물가를 집계할 때 7.4%를 차지하는, 비교적 비중이 큰 항목이어서 월세가 올라가면 물가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스티글리츠는 “집값 자체는 금리가 올라갈 때 하락할 수 있지만 월세에 비해서는 덜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월세를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와 주택 소유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사회 분열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6, 7월 연속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로 전월(9.1%)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의 4배를 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