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14원 급등한 1326.1원까지 치솟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이 크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이유는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9.1%)이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1%포인트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값이 하락했다.

중국·일본·EU(유럽 연합) 등 주요 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서 위안화·엔화·유로화의 가치가 절하되는 현상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 원화 약세를 만들고 있다. 달러와 비교해 엔화는 24년, 유로화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가치가 추락했다.

달러의 독주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다.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지난달 6%였던 국내 소비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물량을 수입하더라도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수입 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33.6% 급등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재료 가격은 66.2% 폭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된 탓이 크다.

원유·원자재·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58억8400만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 당국은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가동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한 미 연준의 큰 폭의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강달러와 원화 약세가 올해 3분기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