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연 2.25%로 높였다. 한은이 1950년 설립 이후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과 5월 금통위에 이어 이날 열린 7월 금통위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 역시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0.5%포인트 인상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0.5%포인트를 내린 적은 있어도 0.5%포인트를 올린 적은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은은 코로나 사태 방어를 위해 2020년 5월부터 1년 3개월간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이후 한은은 작년 8월 금리를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모두 5차례 금리를 올려 연 1.75%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이 첫 ‘빅 스텝’을 밟으며 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올린 이유는 6월에 6%에 달해 외환 위기 이후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국내 물가는 지난 3월 4%대에 진입하고 5월 5%를 넘어선 뒤 한 달 만에 6%대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국내외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다”며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어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은이나 통계청 안팎에서는 하반기에 7~8%선까지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물가 오름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금통위는 이날 “소비자 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물가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이 처음으로 ‘빅 스텝’을 선택한 다른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41년만에 나타난 8%대 물가를 낮추기 위해 지난달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으며, 이달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한은이 이날 금통위에서 ‘빅 스텝’을 선택해 한·미간 금리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으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이날 ‘빅 스텝’을 밟았지만,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로서 이달말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우리나라와 금리가 역전된다. 한은 관계자들은 “당장 자본 유출이 벌어질 확률은 낮다”고 말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리 격차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내외 금리 차를 어떤 수준에서 방어해야 한다는 이론도 없다”며 “내외 금리 차이가 우리나라만 생기는 건지, 그에 따른 환율과 자본 유출 영향이 어떤지 그때그때 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남은 금통위는 세 차례(8·10·11월)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남은 세번의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에 금리를 연 3%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