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 개월간 가계대출이 다소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36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연합뉴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의 여파로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다소 줄었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한 가계 대출은 여전히 세계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을 비교한 국제금융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한국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4.3%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 빚 규모가 GDP보다 큰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1860조700억원까지 불어났다가 올해 1분기엔 1859조4234억원으로 약간 줄었다. 그 결과 1년 전 105.0%에 비하면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0.7%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미국·일본 등 주요국 가계부채가 많게는 4%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가계부채의 ‘거품’이 빠지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기업 부채는 올해 들어서도 빠르게 늘었고 증가 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GDP 대비 기업(금융 제외) 부채 비율은 1분기 116.8%로 홍콩, 레바논,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 이어 일곱째로 높았다. 기업 부채는 지난해 1분기 111.3%보다 5.5%포인트가 올라, 상승 속도가 베트남(129.3→140.2%)에 이어 2위였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는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데 주저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기간에 불어난 가계부채의 ‘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정부는 실수요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대출 규제를 푸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의 LTV 상한을 80%까지 완화하고 청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등의 대출 한도 확대 방안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