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증시가 워낙 하락해 있어 앞으로 6개월 정도 단기적인 반등이 올 수는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형성된 ‘거품’이 붕괴되면 시장에 충격이 오고 내년부터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앞으로 6개월이 주식 시장에서 큰 피해 없이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미움을 사온 시장 전문가다. 코로나 이후 증시가 크게 오를 때 반복해서 위기가 닥친다는 경고를 해서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한국의 닥터둠(doom·파멸)’이란 별명도 그래서 얻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증시가 급락하자 김 교수의 의견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 닥칠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주식을 정리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거품 붕괴에 연착륙은 없다, 각오하라”

-내년에 무슨 일이 닥치기에 주식을 팔라고 하나.

“경제에 낀 거품이 붕괴되면서 유발되는 공황 수준의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 미 정부와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엄청 풀어 금융 시장에 거품을 끼게 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 거품이 차례로 꺼지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줄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 하락 속도가 만만치 않은데, 최악은 아직인가.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정도 내려간 상황이라서 단기적 반등이 올 수는 있다. 아직은 좋은 기업의 실적과 수출도 긍정적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드디어 주식을 사라고 한다’고 단정하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그 뜻이 아니다. 대략 10월 정도까지 짧은 반등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보유 주식을 정리할 기회로 삼길 바란다는 뜻이다.”

세계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이른바 '버핏 지수'라고 불리는 지표다. 통상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증시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여겨진다. 이 비율은 이전 최고치의 2배 수준인 240%까지 치솟아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연준은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어려울까.

“거품은 무조건 경착륙하며 꺼진다. 2000년 ‘닷컴 버블’과 부동산 대출 거품이 초래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억해보라. 이미 채권 시장의 거품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2020년 연 0.6%까지 내려갔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최근 3% 위로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채권에 이어 주식, 그다음 주택 가격 거품이 꺼지리라고 전망한다.”

◇소비·투자·수출 모두 ‘휘청’…“침체 대비해야”

-자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질까.

“지금은 시장 지표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PD)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소비, 투자, 순수출이 글로벌하게 좋지 않다. 미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소비와 투자는 좋았지만 (수입 증가로) 순수출이 감소했다. 한국은 반대였다. 소비와 투자가 망가졌지만 수출이 늘어 그나마 경제성장률이 0.7%로 버텨줬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연준이 주도해온 ‘돈 풀기’가 끝나면서 미국의 소비·투자는 위축되고 한국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김 교수는 “1972년 이후 한국 경제를 보면 경기 수축이 평균 19개월이었다. 이제 막 경기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짧아도 1년은 경기 수축이 진행되고, 내년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케이스-실러 미국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 부실 주택담보대출이 초래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약 200이었다. (2000년 1월=100) 지난 2월 기준 지수는 298까지 올라 있다. 금융위기 직전 대비 가격이 1.5배란 뜻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경기가 침체되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정하지 않을까.

“중앙은행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확인하고 나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태생적으로 늦게 대응한다. 연준이 행동하는 속도보다 침체가 빨리 닥칠 위험이 크다. 물론 경제에 변수는 많고 내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도 있다.”

-개인 투자자가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

“일단 10월까지는 ‘증시 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 대안으로는 10년 만기 한국 국채를 추천한다. 아직은 거래량이 많지 않지만 ETF(상장지수펀드)가 생겨서 전보다 투자가 쉬워졌다. 현재 금리가 약 연 3%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금리가 은행 예금보다 높다. 만약 경기가 침체돼 중앙은행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약해진다면 채권 금리가 따라 내려가고(채권 가격 상승) 중도 환매를 해서 추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반복해서 비관론을 펴는 이유가 있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여러 데이터가 증시 급락을 예고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일이 후회로 남아 있다. 비관론은 인기가 없지만 데이터가 위험을 지목한다면, 누군가는 경고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는 아내조차 내 말은 무시하고 유튜브나 카카오톡 ‘단톡방’ 정보로 주식을 사더라.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 했을 때 ‘6만5000원까지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건만 듣지 않더니, 최근 예고한 가격까지 주가가 내려가고 나서야 ‘이젠 주식은 꼴도 보기 싫다’면서 내 경고를 인정해줬다.”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대비 M2(광의 통화량) 비율. '마셜 K'라고도 불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등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폈을 당시 비율은 58%였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돈 풀기가 시행된 후인 지금은 89%까지 올라가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그래픽=조선디자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