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4월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2년 만에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에 맞서 원화 가치를 방어해야 한다.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자금 유출 우려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만약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한은은 연준에 앞서 작년 8월부터 지난 4월 사이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해 코로나 사태 이후 0.5%로 유지되던 기준금리를 1.5%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연준이 이날 연 0.75~1%로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한은이 이달에 동결하고, 연준이 한 번만 더 ‘빅 스텝’을 선택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같은 수준이 된다.

13년 6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꺾기 위해서라도 오는 26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처음으로 금통위를 주재하게 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지금은 물가가 걱정”이라고 했다.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취임 전이라 이 총재가 불참한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로 인상하면서 전원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어 한은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가계 부채가 작년 말 기준으로 1862조원에 달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3%였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에는 2.5%로 끌어내렸다.

이날 미국 연준의 발표 직후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소집한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인 0.5%포인트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