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62억8천5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했다. 수입액은 414억8천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5% 늘었다. 무역수지는 51억9천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이 확산되는 가운데 4월 무역 수지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 침체, 무역수지 악화 등 ‘경고등’이 잇달아 켜지는 상황이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충격의 진원이 대부분 해외여서 대응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상하이 봉쇄 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 상승 등이 한꺼번에 닥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수입 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21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선 뒤 계속 고환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최상위권인 ‘Aa2′로 유지하면서도 “코로나 이후 높아진 부채 수준이 고령화로 인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송윤혜

◇비상벨 울리는 기업들

주요 기업들은 비상 전략회의를 여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전기차 배터리 회사의 구매팀 임직원들은 거의 전원이 해외 출장 중이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위기 상황에서 해외 소재 업체를 방문해 공급처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주요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만들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오고, 이게 다 뭉쳐져서 몰려오면 정말 큰일난다”며 계열사 CEO들에게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원자재 값 급등이 조선 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상하이 봉쇄가 건설 기계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 다른 대기업 경영진도 수시로 비상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한 CEO는 “외부 변수에 대한 파장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어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연속 적자, 생산자 물가는 급등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한국 무역수지는 51억99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1억1518만달러 적자였던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지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더 많이(26%) 증가하며 적자가 발생했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 급등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8%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3%로 3개월 연속 오르며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는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4.1%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비용 상승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과 소득이 낮은 소비자부터 위기를 겪게 된다”면서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이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등 대응책이 역효과 일으킬 수도

한국 경제의 발등의 불이 된 물가 상승세를 꺾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는 것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2년 전 코로나 확산 이후 경기 방어를 위해 저금리 상황을 이어온 데다 ‘빚투(빚 내서 투자)’ 열풍 등이 겹치면서 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연쇄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상환이 어려워지는 대출자가 늘어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조짐에 신용대출 금리는 이미 1년 전(3.7%)에 비해 1.6%포인트 높은 5.3%(2월 기준)까지 올라 있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물가가 올라 가계의 자금 상황이 악화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대출 부실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