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AP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2년 만에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났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제로 수준(0~0.25%)인 기준금리를 0.25~0.5%로 인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지만, 시장은 놀라지 않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연준이 40년 만에 최고치(2월 물가 상승률 7.9%)인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예상에 부합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예고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당장은 시장에 충격이 없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는 3.77%, S&P500은 2.24% 올랐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그동안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고 속도가 가파를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한국 기준금리

◇내년까지 9~10번 급격한 인상 예고

연준은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에 1.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번에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baby step)’을 가정하면 올해 남은 6차례의 FOMC에서 매번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상황에 따라서는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밟을 여지도 남겨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내년 연말에는 금리가 2.8%가 될 것으로 제시했다. 내년에도 3~4차례의 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까지 합치면 추가 금리 인상이 9~10차례가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향후 고용 여건이 더 좋아지면 연준은 보다 매파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금리 인상기는 연준의 통화 정책 역사에 뚜렷한 자취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준 예고대로라면 2004~2006년 사이 17차례 인상보다는 속도가 완만하지만, 2015~2018년 9차례 인상했을 때보다는 빨라지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겠지만 1980년대 초반 폴 볼커 의장 시절만큼 가파른 인상은 어렵다”고 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과 별개로 양적 긴축(유동자금을 흡수하는 정책)에 돌입하는 시기에 대해 “빠르면 5월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7주 후인 오는 5월 3~4일 열릴 다음 FOMC부터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자금을 도로 빨아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노동시장이 매우 강해서 (미국) 경제가 더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밟자 다른 나라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중앙은행이 17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고, 브라질중앙은행은 10.75%에서 11.75%로 인상했다.

파월 금리인상 발표 보는 뉴욕증권거래소 - 1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지난 2년간‘0%’로 묶어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 가계 이자 부담 연 40조원 늘어날 수도

연준의 급격한 긴축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현재 연 1.25%인 국내 기준금리를 올해 대폭 올려야 할 압력이 커졌다. 연초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말까지 3차례쯤 기준금리를 올려 2% 안팎에 도달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 2%에 육박할 것이라고 연준이 예고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올려야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최소 네 번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은은 연준보다 앞서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 사이 3차례 금리를 올렸다. 올해 추가로 4차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작년 하반기 이후 1년 반 사이 7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1862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금리 태풍의 영향권에 놓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우리나라가 따라갈 경우 전국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연간 39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기관 빚이 있는 가구당 연 340만원씩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경연은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가 작년 말 대비 2.04%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국내 시장 금리도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가정해 이 같은 추가 이자 부담을 산출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가구마다 많은 빚을 내 주택, 주식 등을 사들였기 때문에 그동안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자산 가격이 급변동할 수 있어서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