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오른쪽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러시아 대통령실, 신화 연합뉴스

지금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비롯한 전쟁의 전개 양상이다. 공포가 확산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은 가격이 하락하기 마련인데 지난주 증시는 반대로 상승하며 한주를 마무리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전쟁으로 다소 약해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번진 결과다. 특히 글로벌 정세가 이토록 불안한 가운데 연준이 코로나 이후 ‘제로(0%)’로 묶어둔 기준금리를 3월에 단숨에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big step·큰 걸음)’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음주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혼란 가운데 미 연준의 긴축(돈 거두기) 속도를 가늠할 지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가늠할 구매자관리지수(PMI)도 관심사다.

◇체크포인트 1: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 제재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시장엔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미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 위기가 마무리되며 촉발된 공급망 문제, 구인난, 물류 대란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중심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르면 세계 경제와 시장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 등 중앙은행들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러시아가 이에 맞서 원유 및 가스 수출 제한으로 대응할 경우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며 글로벌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며 “고물가 대응을 위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연준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 첫 인상 이후 더욱 매파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원유 선물(先物) 가격은 이미 크게 상승 중이다. 24일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러시아 군인들이 군용 트럭을 타고 흑해의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와의 경계 지역인 페레코프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북쪽 외곽인 오볼론스키 지역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타스 연합뉴스

◇체크포인트 2: 연준이 주목하는 고용 지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조건으로 두 지표를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물가 상승률(상당 기간 전년 동월 대비 2% 상회) 그리고 완전 고용이다. 이미 7% 중반까지 치솟은 물가 상승률은 기준금리 인상 요건을 충족한 지 오래다. 남은 건 고용 지표다. 연준은 ‘완전 고용’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미 의회예산국이 추정하는 자연 실업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인 4.4~4.5%를 시장 전문가들은 많이 참고한다.

4일 오후 10시30분(이하 모두 한국 시각 기준)에 발표되는 미국 2월 실업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전월(4.0%)보다 더 하락한 3.9%를 기록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취업자 수는 45만명 증가(전월 46만7000명 증가)를 전망한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다면 연준의 긴축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어서 시장엔 악재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입’에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2일 자정엔 파월 연준 의장의 미 의회 출석 및 발언이 예고돼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통화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시간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는지에 따라 시장이 환호하거나 고꾸라질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상점 앞에 지난 1월 붙은 '사람 구합니다'라는 사인. 미국은 최근 구직자보다 구인하는 회사가 더 많아 구인난 및 임금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일 오후 23시30분엔 연준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의 발언이 예고돼 있다. 이 둘은 이달 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신속히 올려야 한다고 발언해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인사들인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들의 기조를 바꿨을지가 관심사다.

◇체크포인트 3: 중국 경기 괜찮을까

중국 지도부의 최대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다음달 4일 시작한다. 최대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의 채무불이행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월 대비 4.0%까지 내려간 상태다.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는 모습.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제시했는데 4일 열리는 올해 개막식에선 이보다 낮은 5%대를 제시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경기가 올해도 둔화되고 있는지, 아니면 다시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는지를 순발력 있게 보여주는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일 오전 10시30분 발표된다. 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으로 50 이상이면 경기의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의 위축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가 49.9를 기록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망보다 좋게 나온다면 중국 증시엔 안도감이 번질 수 있다.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목표도 관심사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 총리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지난해(6% 이상)보다 낮은 5% 수준을 제시하리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