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첫 직장이었던 금융권 관계자가 “요즘처럼 한은이 갈지(之)자로 왔다 갔다 하며 중심을 못 잡은 적이 드물었다”고 했습니다. 한은이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올린 뒤 3주 만에 국채를 2조원어치 사들인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이주열 총재가 국채 추가 매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이를 비판한 것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유동자금이 줄어듭니다. 반면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면 시장에 돈이 풀리고 금리가 낮아집니다. 한은이 모순된 행보를 보이며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죠.
한은이 국채를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은의 국채 보유량은 이달 들어 30조원을 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직전 16조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2년 사이 거의 2배가 됐습니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푸느라 국채 발행량을 늘리자, 한은이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를 사들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한은이 보유한 국채는 전체 발행량의 33분의 1 정도라 아주 큰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보유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을 보고 “정부의 반복되는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을 한은이 뒷받침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은이 국채를 사줘서 나랏빚을 떠맡는 게 아니냐는 거죠. 한은이 국채를 사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면 통화량이 늘어나게 되니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은의 국채 매입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추경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4일 연 2.347%로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한은 내부에서도 계속되는 국채 매입에 대해 “정권 눈치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한은의 모순된 행보는 앞뒤 재지 않고 추경으로 돈을 뿌리겠다는 정치권과 이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는 정부가 제공한 측면이 큽니다. 그러나 한은도 중앙은행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금리 급등기를 맞은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