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이 가입 시기에 따라 평균 9~16%로 정해질 예정이다. 그중 2017년 3월 이전에 가입한 약 2730만명의 가입자는 15~16% 가량 오르게 된다. 따라서 평균 인상률이 10~12%였던 올해에 비해 가입자들이 체감하는 인상폭은 훨씬 클 예정이다. 9~16%인 인상폭은 연간 기준이기 때문에 내년에 3~5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보험료 갱신기간이 도래한 수백만명의 인상률은 50%를 넘나들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00%를 넘어 2배 이상 오르는 가입자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2730만명 실손보험료 15~16% 오른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보험업계가 요청한 수준의 60%로 조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험료는 시장에서 원칙적으로 결정되지만 금융위가 의견 제시의 형식으로 사실상 정해주고 있다.
보험업계는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과 2017년 3월까지 나온 2세대 보험 모두 연간 인상폭 상한선인 25%에 가까운 인상이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가 요청한 인상폭의 60% 수준인 15~16%의 인상률을 금융위는 상한선으로 정했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854만명이고 2세대는 1877만명이 가입돼 있다. 따라서 2731만명의 실손보험료가 내년에 15~16%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12월 이전 가입자는 보험료를 매년 갱신하지 않고 3~5년 주기로 바꾼다. 이런 가입자는 약 1150만명이며, 이 가운데 내년에 보험료 갱신하는 가입자는 3~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적용되기 때문에 약 50%에서 많게는 100% 넘게 오를 예정이다. 2017년 4월 이후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평균 9% 가량이 인상될 예정이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 바꾸면 보험료 절반으로 할인
가입자가 35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소수의 ‘의료 쇼핑족’ 때문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실손보험 가입자의 63.4%인 2181만명이 보험금을 한 푼도 청구하지 않은 반면, 전체의 2.2%인 76만명이 각 1000만원 넘는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금을 받은 사람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8%를 받아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내장, 도수치료 등 비싼 비급여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과잉 진료로 보험금을 대거 받아가는 소수의 가입자 탓에 막대한 손해를 보는 보험사들은 2015년 이후 연 평균 보험료를 10.9% 올려 적자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금을 한 푼도 타가지 않은 대다수 가입자가 억울한 ‘보험료 폭탄’을 맞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는 1~3세대 가입자가 내년 6월까지 4세대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라는 조치를 내놨다. 올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보험금을 많이 받아가면 할증되고,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방식이다.
금융위가 내년 인상률을 9~16% 선으로 결정하자 보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12%가 넘어간 상황이어서 불만이 적잖은 상황”이라며 “고통 분담을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으로 바꿀 경우 보험료를 무조건 절반으로 깎아주라는 것도 과도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청구 안 하면 실손보험료 적게 오르는 방안 추진
금융위는 내년 이후 실손보험 보험금을 받아간 고객의 보험료는 많이 올리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고객의 보험료는 적게 올리는 ‘보험료 이원화’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를 이원화했을 때 상승 폭 차이를 크게 하기는 어렸겠지만 도덕적 해이에 빠진 과잉진료족에게 ‘경고’의 메시지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가입자 간 형평성 논란이 잦아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보험업계는 올해만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손보험의 손해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금융 당국에 5~15년인 실손보험의 재가입 주기를 자동차보험처럼 1년 단위로 바꿔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5~15년 사이인 재가입 주기엔 상품 구조와 보장 범위를 변경할 수 없고 보험료만 매년 인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보험사들의 요청은 가입자들에게는 손해가 될 수도 있고 보험사들 편의를 봐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