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꺼내 계산하려는 시민./연합뉴스

우리나라 한 해 신용카드 결제액은 800조원쯤 됩니다. 한 번 결제할 때마다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상점이나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카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카드사에 냅니다. 이런 카드 수수료율을 3년마다 당정 협의로 결정하는데요. 자영업자와 카드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다 보니 민감한 이슈입니다. 원래 11월 말까지 결정했어야 하지만 여당과 금융위원회가 눈치 보기를 하며 아직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3년 전 결정한 수수료율에 따르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중소·영세 사업장에는 결제액의 0.8~1.6%가 적용됩니다. 이런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곳은 국내 사업장의 96%에 이릅니다. 특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사업자는 0.8%만 부담하고 있죠. 중소·영세 사업자는 카드 수수료를 낸 금액을 세액공제도 받기 때문에 연 매출 5억원 이하 업소는 수수료 부담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당정은 대선을 앞두고 추가로 수수료를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라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걸 근거로 삼고 있지만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얼마만큼 인하하느냐를 두고 여당과 막바지 고민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카드사와 노조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영업이익은 수수료율을 0.1%포인트만 내려도 5200억원이 줄어듭니다. 카드사 노조원들은 금융위 앞에 찾아가 상복(喪服)을 입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신용카드 결제를 중단시키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자영업자 단체들은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금융위는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논란의 근본 원인은 당국이 시장 가격에 해당하는 수수료율을 시시콜콜 정해주기 때문이죠. 합리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해왔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홍역을 3년마다 치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