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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삶의 질은 국내총생산(GDP)로 상징되는 경제의 성장에 비해 개선 속도가 느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수출이 늘고 정부가 재정을 많이 투입하면 불어나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속도만큼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민간 싱크탱크 랩2050(LAB2050)은 16일 열린 국제 세미나 ‘새로운 경제의 상상: 인간, 공동체 디지털의 가치를 담다’에서 경제의 질적 성장을 측정하기 위해 GDP의 대안으로 새로 만든 ‘참성장지표’를 공개했다. 참성장지표는 경제적 조사 자료만 반영하지 않고 환경, 공동체, 인적자본, 디지털 서비스 등의 기준을 더해 구성했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GDP의 대안으로 만든 ‘행복 지수’와 비슷한 개념이다.

참성장지표를 GDP와 비교했더니 1997~2020년 한국의 GDP가 783조원에서 1831조원으로 133% 증가하는 사이, 참성장지표는 620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1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랩2050 이원재 대표는 “지난 23년 동안 참성장지표와 GDP의 격차가 커졌고 2018년 이후 차이는 더 벌어졌다”라며 “GDP가 시간이 갈수록 한국 경제의 성장을 더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체에 비해 국민 개개인은 경제 충격의 ‘후유증’을 더 오래 겪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GDP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큰 충격이 닥친 후 1년 정도면 반등해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참성장지표는 길게는 8년까지도 충격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후 GDP는 이듬해부터 바로 반등한 반면, 참성장지표는 2008년 1169조원에서 2009년 849조원으로 급감했다가 2017년이 되어서야 2008년 수준을 회복했다. 국가가 충격으로부터 헤어나오는 시간보다 개인의 삶이 원상복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는 뜻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유쾌한반란’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참성장지표 개발로 이제까지 우리가 추구해왔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사회의 성숙도, 사람 사이의 상생 같은 가치가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이제 책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호지 ‘로컬퓨처 대표’는 이날 기조 연설에서 “끝없는 경제 성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지역 경제와 공동체, 문화, 자연의 가치를 복원해야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