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아오른 증시가 최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지난 한해 크게 상승했던 테크주를 위주로 증시가 널뛰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6~17일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세계 투자자의 눈이 쏠리고 있다. FOMC에선 기준금리도 결정하지만, 이번 회의 때 기준금리를 지금의 ‘제로 금리’에서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의 주목하는 곳은 제롬 파월 의장의 ‘입’이다. 파월 의장이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섰던 때는 지난 4일이었다. 시장 상황을 ‘견딜 만하다’라고 평가하자 증시가 급락했었다.
이번 FOMC에선 어떤 신호가 나올까. 투자자가 확인하고 가야 할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①연준이 미 국채 금리 ‘걱정’해줄까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돈 풀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지난해 코로나 확신 직후 연 0.5%까지 내려갔던 금리가 요즘은 1.6% 선 위에 안착해 있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길게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증시엔 악재다.
연준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를 잠재울 ‘무기’를 여럿 가지고 있다.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를 더 사주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장기 국채 금리의 상한을 정해놓고 그 선이 넘어가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안정시키는 YCC(yield curve control) 등이다. 문제는 연준이 이런 도구를 쓸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엔 “국채 금리 상승이 아직은 견딜 만 한 수준”이라고 말해 이 ‘무기’를 꺼낼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이번 FOMC 회견 때, 만약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가 ‘우려된다’는 뉘앙스만 파월이 내비쳐도 증시는 환호할 가능성이 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연준은 현재의 시장 금리 수준을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 금리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가동할 가능성이 작다. 조건부 논평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 정도가 나오리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한윤지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지금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재차 국채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면 금리 상승 압력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②인플레이션 우려에 계속 ‘괜찮다’ 할까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는 변수가 인플레이션이다. 미 정부가 막대한 돈을 푸는 동시에 백신 접종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래서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수준을 넘어 과열되고,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일사불란하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는다. 그 걱정보다는 경기 회복이 우선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아 왔다.
이번 FOMC 회의에선 경제 전망과 함께 물가 전망을 수정한다. 파월 의장이 지속적으로 ‘장기 물가 상승은 큰 걱정 안 해도 된다.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밝혀 왔기 때문에, 중장기 물가 전망은 크게 조정하지 않으리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혹시라도 인플레이션 전망은 크게 상향 조정하고,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경제 및 물가 전망은 상향 조정하면서 유동성 정책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 채권 금리가 다시 한번 상승하고 글로벌 시장이 변동성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은행 국채 보유 규제 완화, 연장해줄까
전문가들은 이번 FOMC 때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SLR(supplimentary leverage ratio)을 꼽는다.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이란 말인데, 다소 복잡하게 들리지만 뜯어보면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SLR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로 미 대형 은행들이 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5% 넘게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를 가리킨다. 연준은 코로나 확산 직후인 4월, 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는 ‘자산’이라는 분모에서 빼주기로 했다. 21일이면 이 조치가 만료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미 대형 은행들이 국채를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SLR 규제 완화 시한 만료를 앞두고 은행들은 미리 국채를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고, 이런 상황이 최근 금리 상승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번 회의 때 SLR을 연장함으로써 연준은 국채 시장을 다소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④연준 점도표 모양 바뀔까
‘점도표’란 FOMC 위원들이 익명으로 적어 내는 기준금리 전망이다. 지난해 12월엔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1명, 2023년 인상 전망이 5명이었다.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FOMC 때, 2022년 인상 의견이 전보다 늘어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이 경우 증시엔 충격이 올 수 있다.
◇⑤경제 전망 바꿀까, 얼마나 올릴까
미국은 오는 5월까지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코로나 부양금이 추가로 풀린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크게 하락했었다는 기저효과까지 겹쳐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4.2%였다. 전문가 전망치는 현재 5.5%까지 올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수정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연준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면 증시엔 호재다. 인플레이션 발생이라는 현상을 두고, 이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 등이 유발한 ‘나쁜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망과 경기의 강한 회복을 수반하는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화끈한 경기 회복은 ‘좋은 인플레이션’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기업 실적을 개선하는 요인이어서 증시엔 나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