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순수 전기차(BEV)의 대안으로 꼽혀 온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BEV의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크게 확장되면서, 두 차종이 지닌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다.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는 순수 전기차처럼 모터로만 달리지만,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소형 가솔린 엔진을 돌려 충전하는 차종이다. PHEV는 엔진과 모터, 배터리가 모두 장착돼 있다. 모터만으로 최대 100㎞ 안팎을 달리고, 그 이후엔 엔진으로 1000㎞ 안팎을 더 달릴 수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순수 전기차와 달리, 두 차종 모두 충전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지난 몇년 사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선 EREV와 PHEV의 판매량이 감소세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선 PHEV와 EREV 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10% 줄어든 46만9000대에 그쳤다. EREV와 PHEV 모두 판매량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BEV 판매량(81만2000대)은 작년 동월 대비 20.4% 늘어났다.
특히 중국에서 전기차 충전 불편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단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출시된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500㎞를 넘고, 한 번 충전해 600㎞ 이상을 달리는 모델도 여럿이다. 중국 샤오미가 올 하반기 출시한 첫 전기 SUV YU7은 주행거리가 835㎞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중국에서 인증받은 주행거리를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치가 낮아지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주행거리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길어지고 있단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5분 만에 완충되는 기술을 선보인 BYD(비야디)를 비롯해 충전 기술 혁신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역시 작년 말 기준 중국엔 약 1300만개가 설치돼 있다. 재작년 대비 49% 늘어난 수치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2027년 EREV를 북미와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웨덴 볼보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EREV를 개발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기술과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될수록, EREV를 비롯해 내연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차종의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