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올 3분기(7~9월)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를 내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가 미국의 고율 관세 속 선방한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는 관세 충격으로 일제히 수익성이 급감한 가운데 타이어 업계만 의외의 결과를 낸 배경은 뭘까.
국내 타이어 3사는 올 3분기 모두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는 3분기 타이어 부문 매출액(2조707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2% 늘고, 영업이익(5192억원)도 같은 기간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 매출(1조113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 영업이익(1085억원)도 같은 기간 22.6% 줄었다. 지난 5월 광주 공장 화재 여파 등이 반영된 결과로, 증권가 전망치(매출 1조1097억원, 영업이익 914억원)를 웃돌았다. 넥센타이어 역시 영업이익(465억원)이 11%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426억원)를 넘어섰다.
◇낮은 미국 의존도, 유럽 집중했다
국내 타이어 3사가 3분기 선방한 원인으로 미국 의존도가 다른 자동차 업계보다 낮다는 점이 꼽힌다. 북미 매출 비율이 40%를 넘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와 부품 업계는 미국이 최대 시장인 곳이 다수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완성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피해 갈 수 없던 이유다.
반면 타이어 업계는 일찍이 최대 시장 유럽 공략을 강화한 덕분에 미국 관세 영향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다. 작년 기준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매출에서 북미 비율은 21%로, 유럽(42%)의 절반 수준이다. 유럽 비율은 2019년 35%에서 작년까지 7%포인트 늘었고, 같은 기간 북미 비율은 3%포인트 줄었다. 작년 기준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북미 매출 비율이 각각 30.6%, 24%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이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크게 살아나고 있다. 타이어 업계로선 유럽 시장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관세 영향을 줄이는 효과를 동시에 본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판매하는 타이어 공급 가격을 인상한 점도 주효했다. 타이어 업계는 지난 7월부터 관세발(發) 비용 등을 감안해 미국 판매 가격을 7~10% 수준으로 인상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교체용 타이어는 3~5년 주기로 이뤄지고, 익숙한 브랜드를 찾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지 않다. 차에 이미 장착된 브랜드로 교체하는 비율이 50% 내외”라고 했다.
◇더 비싼 타이어가 더 팔린다
전기차용 타이어의 판매 비율이 늘어나면서 타이어 업계의 수익성이 근본적으로 높아지고 있단 측면도 있다. 올 3분기 한국타이어의 승용차∙경트럭용 신차용 타이어 매출액 중 전기차 타이어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7%p 늘어난 27%였다. 금호타이어 역시 전기차 타이어 비율이 2023년 9.8%에서 지난해 16.3%로 올랐고, 올 3분기엔 22%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내연차 타이어보다 30% 안팎 비싸, 최근 타이어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하고 가속력이 좋아 타이어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접지력을 높이고 마모 정도를 줄이기 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SUV와 중대형차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더 큰 크기의 타이어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업계의 수익성을 높이는 원인이다.
타이어 3사의 주가는 최근 급등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선방했을 뿐 아니라, 고무 가격 하락 등 타이어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의 관세율 인하 등 추가적인 호재가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10일 한국타이어 주가는 3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전장 대비 18% 넘게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올랐다. 금호타이어(18.55%), 넥센타이어(27.58%)도 지난 한 달 새 주가가 크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