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210만대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본격화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유럽에선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 판매가 늘고, 전기차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미국에선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기 직전 막판 구매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하며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수년간 속속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판매량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연 30~40% 이상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세계 곳곳에서 다시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커지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캐즘 극복’으로 이어질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시장조사 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36% 늘어난 43만대를 기록했다. 북미에선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22만대)이 1년 전보다 66% 늘었다.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을 합한 숫자다.
올 1~9월 기준으로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1470만대)은 작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중국(900만대·24%), 유럽(300만대·32%), 북미(150만 대·11%) 등 대다수 지역에서 판매가 늘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르노·폴크스바겐 등 현지 기업들이 4000만원 안팎 보급형 전기 신차를 자국에 최근 잇따라 출시한 게 영향을 주고 있다. 영국 등은 한때 중단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되살렸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아진 전기차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트럼프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전기차 1대당 7500달러(약 1060만원)의 보조금을 폐지했는데, 그 전에 전기차를 사두려는 수요가 대거 나타났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수출이 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며 전기차가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는 점도 ‘캐즘 극복’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기차 선두 기업 테슬라가 일부 옵션을 빼고 차값을 낮춘 전기 SUV ‘모델Y’를 이달 미국과 유럽 시장에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유럽 기준 종전보다 최대 1만유로(약 1700만원) 저렴하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미·중 갈등 등이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