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전기 SUV ‘모델Y’의 저가형 모델을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미국에선 5000달러(약 720만원)였던 가격 할인 폭을 유럽에선 1만유로(약 1700만원)로 더 높이면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 SUV인 '모델 Y 스탠다드 트림(세부 모델)' / 테슬라

테슬라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모델Y의 저가형 트림(세부 모델)인 ‘스탠다드’를 유럽에 출시했다. 가격은 3만9990유로다. 독일에선 기존 가장 저렴한 모델 대비 5000유로, 네덜란드에선 기존(5만990유로·모델 Y 프리미엄 후륜구동 모델) 대비 1만 유로 안팎 낮은 가격이다. 앞서 지난 7일 테슬라는 같은 차량을 미국에서 기존 대비 5000달러 저렴한 3만9990달러에 내놨는데, 유럽에선 할인 폭을 더 높였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등 각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고 중국발(發) 가격 경쟁이 격화되자, 옵션을 제외하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모델 Y 스탠다드는 차량의 외형과 내부는 거의 그대로지만, 가죽 시트가 직물로 바뀌고 2열 터치스크린과 통풍 시트 등이 빠지며 상품성이 낮아졌다. 다만 유럽에선 미국에서 제외된 전동식 사이드미러, 차선 유지 기능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미국 대비 가격과 상품 경쟁력 모두 높다는 평이다.

테슬라가 이처럼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최근 실적 부진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커지면서, 올 들어 테슬라의 유럽 실적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 1~8월 유럽에서 테슬라의 판매량(1만 4831대)은 작년 동기 대비 22.5% 급감했다. 이 기간 유럽 순수 전기차 시장은 26.8% 급증하며 대다수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특히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가 올 1~8월 판매량(1만 1455대)이 작년 동기 대비 215.7% 급증하며 유럽에서 테슬라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