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대표하는 고급차 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올 3분기(7~9월) 엇갈린 실적을 발표했다. 두 업체 모두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악재에 직면했음에도 정반대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래 전략 수립이 회사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메르세데스 벤츠그룹은 올 3분기 글로벌 판매량(약 53만대)이 작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BMW그룹은 올 3분기 판매량(약 59만대)이 작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우선 두 회사의 실적을 크게 가른 것은 전체 판매량의 4분의 1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다. 최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 실적이 급감했는데, 상대적으로 BMW가 피해를 최소화했다. 벤츠는 올 3분기 중국 판매량(약 13만대)이 작년 동기 대비 27% 급감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중국 분기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올 3분기 BMW의 중국 판매량(약 15만대)은 0.4% 감소에 그쳤다.
두 회사는 지난 4월부터 관세가 부과되며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진 미국에서도 상반된 실적을 기록했다. 벤츠는 지난 3분기 미국 판매량(약 7만대)이 작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반면, BMW(약 10만대)는 이 기간 미국 판매량이 24.9% 늘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두 회사의 파워트레인(구동 시스템) 전략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BMW는 기존 내연차를 기반으로 구동 시스템만 바꿔 가솔린,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의 차를 동시에 출시해 왔다. 반면 벤츠는 전기차 전용 모델인 ‘EQ’ 제품을 만들어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판매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비슷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주요 시장에서 비슷한 악재를 마주했음에도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은 한번 어긋난 전략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벤츠 역시 최근 전기차와 내연차의 디자인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벤츠는 지난 3분기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이 약 5만 1000대로 전년 대비 9% 늘었지만, 아직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다. 벤츠의 전체 판매량에서 BEV 비중은 10%인 반면, BMW는 이 비중이 18%다.
업계에선 고급 세단 위주에서 SUV, 소형차 등 제품군 다변화에 나서는 것도 BMW가 최근 비교적 선방하는 이유라고 평가한다. 올 3분기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전기차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판매량(약 7만2000대)이 작년 동기 대비 37.5% 급증했다.